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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고추장 담그기, 쉽지않군!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초하룻날 

 

일기를 쓰려고 보니 

우연의 일치인지 양력과 음력이 같이 가네? 

달은 다르긴 하지만 날짜가 같음이라서... 

또 새로운 달을 맞이하며 달력을 한장 넘겼다. 

그다지 특별함이 없는 촌부의 일상이긴 해도 

나름의 계획은 있는지라 11월에는 이런저런 

일이 다른 달에 비해 아마 조금 빠쁠 것 같다. 

농사가 끝났으니 이젠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시간을 가져볼 생각을 

했으나 그마저도 쉽잖은 촌부의 일상이다. 

 

어제 아침에는 금방이라도 추위가 몰려올 것 

같더니 오늘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영상 5도의 기온,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없다. 

서늘함이 오히려 상쾌함으로 느껴지는 아침, 

가을 막바지 실컷 만끽하라고 암시하는 걸까? 

어제 산골집 주변은 가을의 모습이 보기좋고 

예쁘고 멋있었다. 멀리 가지않아도 이 가을의 

정취를 흠뻑,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온사방을 

둘러봐도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되는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모습을 

집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산골살이의 특혜가 

아닌가 싶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을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다용도 창고는 

점점 복잡해진다. 원래 겨울날 눈이 내리거나 

추위가 심한 궂은 날 장작집까지 가는 수고를 

덜 생각에 미리 장작을 채워 보관하는 곳이다. 

장작을 채우고도 여유공간이 있다보니 온갖 

잡동사니는 물론이고 밭에서 수확한 것까지 

뒤죽박죽 섞여있다. 하절기엔 수확과 동시에 

나눔을 하다보니 창고에 보관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이젠 수확도 모두 끝나가고 밖에 두면 

안되는 것들을 모두 들여놓다보니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 없는 것보다 더 낫다. 

좋다, 낫다라는 이 생각들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것은 바로 

나눔일 것이다. 무우를 비롯한 이것저것 챙겨 

나눔하여 창고를 비워 봐야겠다. 

 

어제는 아침나절부터 아내가 무척이나 바빴다. 

고추장 담그느라 그랬던 것이다. 아주 오래된 

아내의 꽤 고집스런 정성이며 나름의 특기다. 

모든 장(醬)의 종류는 다 손수 담가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특이한 성격이랄까? 꼭 그런 건 

아니고 강한 가족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겨진다.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로도 칭찬거리가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전통의 장(醬) 담그기는 인내심과 정성 

없이는 그 일은 못할 것 같다. 익어야만 맛이 

제대로 우러나는 우리 고유 전통 발효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오래 묵어 익을수록 맛이 깊고 

좋은 우리 고유 전통 장(醬)류는 담그는 것도 

인내가 요구되고 또 먹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식품이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쉬는 날이라서 아내가 고추장 담그는 과정을 

지켜봤다. 엿기름, 찹쌀가루를 물에 잘 풀어 

끓이면서 지켜앉아 커다란 주걱으로 저어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뒤이어 

조청을 조금씩 끓는 엿기름물에 조금씩 넣어 

녹이며 또 한참을 저어가며 끓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서너 시간을 그렇게 끓이는 것 같았다. 

그뿐인가? 식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식혀야만 

한다고 했다. 또 몇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물에 

고춧가루를 조금씩 넣고 섞어가며 젓는 것도 

쉽잖은 일이었다. 전과정을 다 쓸 수는 없지만 

긴 시간을 인내하며 정성껏 담그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고추장을 먹을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구나 라고...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과는 비교가 안되는 그런 고추장을 먹는 

촌부는 남다른 호사를 누린다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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