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루해가 짧구나!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아흐렛날
어라?
오늘이 시월 끝날이네!
그러고보니 만으로 딱 23년전 오늘, 그러니까
2001년 10월 31일 아내와 함께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 산골의 새로운 터전으로 온 날이다.
부푼 꿈을 안고 도시생활을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곳 산골에 삶터를 정하고
전원생활이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산골살이를
시작했었는데 어언 강산이 두 번씩이나 변하고
3년이 더 흘렀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는데
벌써 70을 눈앞에 둔 나이가 되었으니 세월이
참말로 빠르기는 하다. 지난 세월 수많은 고생,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우린 좌절,
포기란 단어를 들먹이거나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그러한 시행착오(試行錯誤)를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회라고 여기면서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했다.
말이 그렇지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저냥 전혀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하며 지금껏
욕심없이 배려하며 잘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은 꽤 차갑게 시작한다.
영상 1도,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지붕은 마치
눈이 살짝 내린 듯하다. 설마 한새벽에 영하로
내려간 건 아니겠지? 호호 입김이 날 정도이다.
부랴부랴 난로에 장작을 넣고 난롯불을 지폈다.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제 했던 일은 참
기막히게 날을 잘 택해 아주 잘했구나 하면서...
애써 기른 무우를 추위에 얼굴 뻔했으니 말이다.
어제 오전에는 오래간만에 예초기를 짊어졌다.
지난번 마른 꽃대작업을 할때 연료가 떨어져서
못하고 미뤄두었던 목공실 주변과 막내네 주변
풀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작업이라서 조심 또 조심이다. 그렇긴 해도
이제는 예초기 다루는 솜씨가 꽤 숙달되어 작업
속도가 꽤나 빠르다.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는다.
한시간쯤 작업을 했을까? 너저분함은 사라지고
깔끔함이 눈앞에 펼쳐져 흐뭇하다. 아마 어제의
예초기 작업은 올해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무우를 밭에 오래 두면 안될 것 같아
뽑기로 했다. 두 군데의 밭에 나눠서 심어 일이
좀 번거롭다. 큰밭은 길게 한 이랑을 심었기에
손수레에 싣고 날라야 했다. 하나하나 뽑으며
진입 제거를 하다보니 일이 더 더디다. 어차피
해야하는 것이라서 차근차근, 천천히, 꼼꼼히
다듬어 실었다. 그렇게 세 번씩을 날라야 했다.
작은밭은 바로 앞이라 일이 훨씬 더 수월했다.
밭에 있을 때는 얼마 안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뽑아서 쌓아놓고 보니까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런대로 무우농사도 만족스러울 만큼 잘됐다.
너무 굵지도 않고 아주 알맞은 만큼이라서 좋다.
아내는 함께 하자고 했지만 날씨가 자꾸 마음에
걸려 그냥 혼자 작업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무우를 모두 뽑아내고 밭설거지까지 해치웠다.
그냥 두면 또 일이 되니까 멀칭비닐과 부직포를
걷어냈다.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면서 하는 일이
기는 하지만 흙내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제는 완전한 농사꾼이 된 그런 기분이랄까?
그다음 작업은 무우와 무청을 분리해야 한다.
쌓아놓은 무우더미가 너무나 보기좋아 혼자서
미소를 지어가며 칼로 하나하나 분리를 했다.
마대자루 두 개를 놓고 무우 크기를 선별하여
따로 담아놓았다. 그렇게 담은 것이 큰 무우는
네 자루, 자그마한 크기의 무우는 한 자루였다.
무청은 분리하여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에 따로
담았으나 양이 많아 따로 쌓아야 했다.
한창 신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알람이 울렸다.
아내 데리러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아내가 분부하고 나간 것을 챙겨 차에
실었다. 고춧가루 말린 것과 잘 씻어 물기를 뺀
찹쌀이다. 고추장 담글 재료들이란다. 처제를
불러 태우고 아내를 픽업해 봉평읍내 방앗간에
가서 고춧가루와 찹쌀을 빻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하던 작업을 했다. 아내가 거들어 그나마
빨리 끝낸 것이다. 어둑어둑할 무렵에 작업한
무우 다섯 자루를 다용도 창고에다 옮겨놓았다.
무청은 양이 많다. 아내와 둘이서 다섯 차례나
데크로 옮겨야했다. 일전에 낚시대를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시래기 덕장의 거치대에 하나하나
널었다. 아내는 시래기용 무청을 널기좋게 벌려
사다리 타고 올라 서있는 촌부에게 전해주었다.
간만에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 호흡을 맞췄다.
시래기 덕장을 가득 채웠다. 어두워 데크 등을
켜고 작업을 해야했다. 모처럼 야근을 했다고
할까? 아내가 저녁준비를 하는 사이 뒷정리를
하고나서 씻고 저녁을 먹는데 밥은 꿀맛이요,
소맥 한잔은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음이었다.
바삐 움직여서 그런지 하루해가 짧구나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