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시나브로 밭정리를 하다보니...
2024년 10월 29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이렛날
오늘 아침도
기온은 그다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네 서민들은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더 없이 좋은 것 아닐까? 영상 4도이고
서리가 약하게 내렸다. 하지만 뭐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으나 조금 스산한 듯하여
난롯불을 지폈다. 이제부터 난로, 난롯불이
효자이다. 산골의 기나긴 겨울에서는...
사흘을 쉬고 오늘은 일을 나가는 날이다.
오늘은 또 알록달록, 울긋불긋한 나뭇잎이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촌부 마음 같아서는
떨어진 단풍을 그냥 두면 낭만적이라서 참
좋은데 그걸 보로워(송풍기)로 한곳에 모아
마대 자루에 담아 옮기라 하니 어쩌겠는가?
일터이니까 시키는 그대로 하는 수밖에...
그래도 이 낙엽들을 이용하여 퇴비를 만들어
되돌아와 화초의 영양공급원이 된다고 한다.
낭만보다 깔끔함을 추구하고 그 결과는 바로
자생하는 화초의 자연친화적인 거름이 되는
것이라서 열심히 낙엽을 쓸어담아야 한다.
올가을에는 날씨탓에 단풍이 그다지 예쁘게
물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산골집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기가 막힌다. 저멀리 앞산도,
집뒷쪽 산은 물론이거니와 양옆쪽 산도 아주
곱게 물든 단풍으로 그야말로 형형색색이요,
만산만홍이다. 멀리 나가지를 않아도 이렇게
집에서 곱게 물든 멋지고 예쁜 풍광을 볼 수
있음은 산골살이 맛이요, 멋이요, 특혜이다.
촌부네 밭은 점점 검정색의 비닐이 벗겨지고
흙이 드러나고 그 위에 물기가 빠진 농작물의
마른 줄기며 넝쿨, 그리고 단지 곳곳에 떨어진
낙엽을 긁어서 밭으로 옮겨놓은 것들로 덮혀
지고 있다. 그동안 밭에서 나온 것은 모두 다
퇴비장으로 옮겨 썩힌 다음에 퇴비로 되돌아
오는 순환을 거쳐왔지만 올해부터는 그대로
그냥 두고 겨울을 거쳐 봄날에 밭갈이로 땅에
묻혀 썩어 거름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방식은 멘토인 맥가이버 마을 아우가 알려
주었다. 퇴비로 썩히면 좋기는 하지만 옮기고
다시 옮겨오는 번거로움을 생략하여 두 가지
일이 줄어드는 효가가 있어 너무 좋다.
어제 또 밭고랑 몇 줄을 비웠다. 호박넝쿨을
모두 걷어냈다. 이제 밭에 남은 것은 가을채소
무우 두 군데, 청갓 한 이랑, 대파 조금 남았다.
올해도 호박농사는 효자였고 대풍을 기록했다.
묘목값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마을 어르신,
마을 형님께서 모종을 많이 부었다며 애호박,
마디호박, 맷돌호박까지 듬뿍 주셔서 심었다.
밑천을 들이지않고 이렇게 대풍을 일구어내어
지금껏 우리의 자급자족은 물론이고 나눔까지
수없이, 많이 할 수 있도록 잘자라고 많이 열려
우리에게 기쁨과 보람을 듬뿍 안겨준 호박이다.
이 정도면 수지맞는 농사가 아니겠는가?
이제 서리도 내리고 잎과 줄기, 넝쿨은 물기가
빠져 걷어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뻗어나간
넝쿨이 밭을 벗어나 그물망을 넘어가 수영장,
길가, 작은밭가, 큰밭가 조팝나무 위로 간 것도
꽤 있었다. 밭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걷어내고
봤더니 넝쿨이 장난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넝쿨을 걷다보니 숨어있었던 호박이 여기저기
나오는 것이었다. 그동안 풀섶, 잎파리에 가려
보이지않던 호박을 상당히 많이 거둔 것이다.
마지막 수확은 자연마트 장바구니로 두 바구니
가득 채웠다. 끝까지 나눔을 하게 해주어 너무
좋다. 어제로 호박농사를 마무리했다. 따라서
멀칭비닐, 부직포까지 걷어내는 밭설거지까지
끝냈다.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둘씩, 시나브로
정리하다보니 촌부네 농사는 마무리되고 있다.
어젯밤 간만에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경기를
TV중계로 봤다. 기아타이거즈: 삼성라이온즈
촌부는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했고 우승을 했다.
옛 추억이 떠올라 남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 옛날 해태그룹(해태제과, 광고회사 코래드)
재직당시, 1982년 해태타이거즈가 창단하여
2001년 해태그룹의 와해로 인하여 구단명이
기아타이거즈로 바뀌기전까지 9회 우승이라는
큰 위업을 달성하는 그 현장에 있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다니곤 했다. 그래서 아들도
해태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 녀석이
벌써 마흔이 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긴 하다.
28년 세월을 해태그룹에 몸담았던 그 시절에
해태타이거즈의 코리안시리즈 아홉 번 우승을
함께했던 그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구단명의 앞글자 해태 대신 기아로 바뀌었지만
기아타이거즈의 2024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