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루사이에 이럴 수가...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사흗날
그때가 새벽 몇 시인지는 잘 모른다.
스마트폰의 신호음이 두어 번 울렸다.
잠결에 "누가 이 새벽에 문자질이야!" 했다.
뒤척이다가 궁금하여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열었더니 국민연금 입금을 알리는 소리였다.
또 하나는 아내 계좌로 이체된 알림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25일은 연금생활자 촌부의
월급날이다. 입금이 되자마자 곧바로 아내의
계좌로 빠져나가 자투리 금액만 조금 남는다.
그게 바로 촌부의 용돈이다. 이 나이에 매월
고정적인 수입(젊은 시절 내가 저축한 것)이
있다는 것이 백수로 살아가는 이 나이에 아주
요긴하여 아내에게 그나마 면이 선다고 할까?
어제 오전에는
청명한 코발트색 하늘이 너무 좋았고
따스한 햇살을 받은 단풍색이 참 예뻤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 또한 보람이었다.
일하는 곳은 식물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하 1도의 기온에 첫얼음이 살짝 얼었다.
그뿐인가? 지붕은 서리로 하얗게 덮였다.
올가을 들어 처음 자동차 창도 바짝 얼었다.
불과 하루사이에 이렇게 다른 모습이다.
이제부터 짧은 가을과 긴 겨울의 공존이다.
촌부의 한숨 섞인 한마디,
"아따야~ 인자 좋은 시절은 다갔삣네!"
이른 아침, 아내가 잠에서 깨기전 부랴부랴
난롯불부터 지폈다. 장작 타는 소리가 좋고
불에 타는 나무 내음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그보다도 이내 훈훈해지는 열기가 더 좋다.
순간, 영하의 기온에 찬서리가 눈이 내린 듯
했으니 가을채소들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후다닥 밭으로 나갔다. 어두컴하긴 했지만
무우도, 청갓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이 정도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제 저녁무렵,
앞마당과 데크에 잔뜩 쌓인 낙엽을 쓸었다.
얼마전 낙엽을 쓸어 밭고랑에 깔아놓았는데
또다시 떨어져 쌓였다. 낭만도 좋지만 이제는
실리를 택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씁쓸하다.
낙엽을 쓸다보니 그동안 기쁨을 주었던 많은
화초들이 이젠 물기가 빠진 모습이라 보기가
싫을 정도로 추하다. 어서빨리 꽃대와 넝쿨
정리를 해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행이며 잘한 것은 하절기 내내 데크 바깥쪽
모서리 부근에 놓아두었던 실내화초 화분을
서리를 맞지않게 지붕이 있는 데크 안쪽으로
들여놓은 것이다. 그냥 두었으면 된서리 맞을
뻔했으니 말이다.
데크에서 낙엽을 쓸고 화분을 들여놓다보니
전날 저녁무렵 시래기 덕장(?)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은 너무, 참 잘했구나 싶었다. 아내가
그랬다. "근래 당신 한 일 중에 최고야!" 라고
극찬을 하여 "별 것도 아녀!" 라며 우쭐했다.
지금껏 해마다 바베큐장에 대충 끈을 묶어서
늘어뜨려 널어 말렸다. 보기도 그렇고 하여
올해는 지붕이 있는 데크에 널어 말려보려고
긴 낚시대를 재활용하여 시래기 덕장을 만들
생각을 해봤다. 설치해놓고 시험삼아 엊그제
맥가이버 아우네 제수씨가 밭에서 쑥쑥 뽑아
맛보라며 준 무우를 자르고 무우청을 분리해
시래기용 무우청 7개를 널어보았더니 너무나
좋다. 뭐 그리 특별한 일도,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긴 해도 낚시대 3조, 긴 사다리 2조, 드릴,
비닐끈, 못, 케이블타이, 컷터칼 등 준비물이
꽤 많았다. 나름 구상한 아이디어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서 스스로 만족했고 아내 또한
좋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기분이 좋다.
별 것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생각이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흔히들 말하듯이
'이리저리 대가리를 굴려' 본 것이다. 그 옛날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을 실감한다고 할까?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