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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단풍놀이, 고구마 나눔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이튿날 

 

이른 아침 기온이 갑작스레 뚝 떨어졌다. 

올가을에 들어 가장 낮은 영상 3도이다. 

서리도 조금 내린 듯, 그런데 안개 자욱? 

이제 서서히 짧은 가을도 자리를 내주려 

하는 걸까? 가을이 벌써 가면 안되는데... 

 

하늘은 참으로 심술궂다. 우리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꼴을 못보는 모양이다. 비바람을 

몰아치게 하더니만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그렇게 예쁜 모습이던 나뭇잎을 죄다 떨궈 

벌거숭이로 만들어 앙상한 가지가 너무나 

애처롭게 보인다. 조금만 더 가을을 만끽할 

기회를 주었더라면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내리던 비가 그치고 건너편 산기슭에 햇살이 

비친다며 오대산 단풍구경이나 다녀오자고 

하는 아내, 이미 며칠전부터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었기에 부랴부랴 챙겨 집을 나섰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가는 도중 진부에 들려 

식사를 했다. 아는 형님이 그 집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농촌식당'을 찾아갔다. 백반이 먹을만 하다고 

했는데 메뉴에는 백반이 없어 물었더니 메뉴 

전체가 백반이라기에 의아했다. 동태탕 백반 

달라고 했더니 그래서 백반집이란다. 주인장 

말 그대라면 메뉴 뒷쪽에 백반이란 걸 생략한 

것인데... 그건 그렇고 음식은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그 옛날 겨울철에 흔히 먹었던 그 맛, 

얼큰하고 뜨끈했던 그 동태탕을 추억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곧장 10여분 거리의 오대산으로 내달렸다. 

허허~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월정사 입구는 

자동차 행렬이 이어져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단풍철이라고 해도 

평일인데 말이다. 밀리는 곳을 다녀보지않아 

생소한 광경이었다. 월정사는 다음에 들리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상원사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약 9km 거리의 도로가에는 오고가는 

사람들 행렬은 물론 길가에 세워놓은 자동차 

때문에 양방향 교행이 너무나 힘들 정도였다. 

아내가 하는 말, "날을 잘못 택했나봐? 우린 

이런 모습 딱 질색인데... 어차피 들어섰으니 

천천히 드라이브 삼아 차안에서 단풍구경을 

하고 갑시다." 라고 하여 차에서 내리지않고 

대충 차창밖으로 보는 풍경에 만족을 하기로 

했다. 상원사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면서 

길가 넓은 곳에 잠시 주차를 하고 사진 몇 컷 

찍은 것이 전부다. 이번 비에 단풍이 거의 다 

진 모습이라 괜히 갔구나 싶다. 그래도 이곳 

산골에서는 극히 보기드문 진풍경을 간만에 

보았으니 단풍구경 대신이라고 해도 되겠지? 

많은 사람들 구경, 밀리는 자동차 행렬 구경... 

 

오는 길에 마을 몇 집을 돌고왔다. 엊그제 캔 

고구마를 조금씩 나눠주고 온 것이다. 대부분 

고구마 농사를 짓지않는 집들이라서 한두번 

먹을 양으로 나눠 봉지에 담아 갖다주고 왔다. 

적지만 이웃과 나눔을 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 

모두들 반가워했고 너무 고마워했다. 이또한 

우리 부부가 짓는 텃밭농사의 보람인 것이다. 

많지도 않은 수확, 고구마를 열두 집에 나눔을 

했더니 정작 우리가 먹을 것은 자잘한 것들과 

큼지막한 것 단 몇 개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눔으로 인해 더 큰 보람인 흐뭇함, 뿌듯함을 

마음에 채웠으니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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