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뿌듯하고 흐뭇한 텃밭농사 추수 

 

2024년 10월 22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날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잠들기전 자정무렵까지는 잔뜩 흐린 듯했다. 

아마도 한새벽부터 내린 것 아닐까 싶은데... 

이번 비는 오늘 하루종일 내리는 것은 물론 

내일도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이다. 

비가 내려 그런지 기온은 높다. 영상 11도.. 

 

가을비가 예보된 어제 부랴부랴 텃밭농사의 

추수를 서둘렀다. 추수라고 해봐야 전문적인 

농사 고수 농부님들이 봤으면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만년초보 농부의 추수는 만족을 넘어 

대만족이다. 해마다 우리는 고구마순을 먹기 

위해 고구마를 심는다. 올해도 100그루쯤을 

큰밭가에 길게 한 이랑을 심었다. 지난해와는 

달리 거름기가 많은 비옥한 땅이라서 그런지 

아주 튼실하게 잘 자랐다. 그동안 고구마순을 

만족할 만큼 많이 따서 우리도 원없이 먹었고 

말려서 저장도 꽤 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형제들은 물론 이웃, 지인, 함께 일하는 동료, 

이따금씩 들리는 동네 마트까지 나눔도 했다. 

 

드디어 어제 오전에 고구마를 캤다. 가장 먼저 

고구마넝쿨을 조심조심 밭가에 걷어놓았다. 

그다음 밭이랑에 씌워놓은 멀칭비닐을 걷었다.  

아내와 이서방이 밭에 나와 호미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탄성 소리가 들렸다. 

촌부는 도라지삽으로 고구마 캐기 쉽게 하려고 

밭이랑 양쪽을 파뒤집고 있었다. 놀라 가보니 

이서방도, 아내도 큼지막한 진분홍색 고구마가  

나왔다며 양손으로 들고 웃고 있었다. 아내는 

아주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촌부 또한 

놀라 장갑낀 손으로 헤집었더니 거짓말을 조금 

보태 촌부 얼굴만한 고구마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셋이서 신나게 고구마를 캤더니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플라스틱 

양동이로 또 가득 담았다. 올해 고구마 농사는 

대만족, 대성공, 대풍작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촌부의 마음은 뿌듯하고 흐뭇했다. 

아내는 모종값 10,000원에 거름값을 비롯한 

부대비용 10,000원쯤 들었다고 치고 우리들 

정성 쬐끔 보탠 것 밖에 없는데 이렇게나 많은 

수확을 했으니 다믄 몇 개씩이라도 많은 분들과 

나눔을 해야겠다는 아내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와서 그러자고 했다.  

 

그다음 혼자 밭에 남아서 고구마밭 옆쪽에 심은 

호박밭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사방으로 뻗어간 

넝쿨을 걷다보니 숨어있던 호박을 꽤나 많이  

땄다. 아직 작은밭가에 심은 호박넝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밭가 호박은 마지막 수확이다. 

우리가 먹기엔 너무 많아 나눔을 하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올해 호박농사도 성공작이다. 엄청 

많은 양을 많은 분들과 나눔을 했으니 말이다. 

파는 농사를 짓는 우리가 아니기에 자급자족을 

하고 나눔을 하는 재미와 기쁨에 보람을 느끼는 

농사라고 해야겠지? 

 

오후엔 거의 서너 시간 걷어놓은 고구마넝쿨을 

하나하나 들춰가면서 고구마순을 땄다.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가 한가득이다. 그동안 따서 먹은 

양도 엄청나게 많다. 나눔도 상당히 많이 했다.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영양가도 좋은 식재료인 

것은 분명한데 너무 손이 많이 가는 게 흠이다. 

넝쿨에서 하나하나 따서 일일이 잎파리를 따고 

또다시 질긴 껍질을 벗겨내야 하는 작업이 정말 

만만찮은 일이다. 힘들이지 않고 얻는 것이 그 

어디 있겠는가 마는 고구마순 갈무리는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 아내는 적당히 따라고 

성화였다. 멀쩡한 고구마순을 그냥 내버릴 수는 

없는 것이 농사꾼 마음이요, 자세가 아니냐며 

날이 어둑어둑할 때까지 고구마순을 따고 들어 

왔더니 아내가 수고했다면서 한마디 더 건넸다. 

"못말리는 농부, 지독한 농부, 알뜰한 농부야!" 

라고 놀리며 닭날개조림을 해놨으니 어서 씻고 

한잔하라고 했다. 아내의 그 말에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이제 촌부네 텃밭농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작은밭가 호박넝쿨에 아직 호박이 열리고 있어 

조만간 걷어내면 되고 가을 채소인 무우, 청갓,  

대파는 다음주쯤 수확하면 올해 농사는 끝이다. 

걷어놓은 멀칭비닐은 마을 집화장에 갖다놓는 

것이 촌부의 농사 마지막 일이다. 아~ 하나 더 

남았구나! 입동전에 김장을 해야 모두 끝난다. 

어찌되었거나 올 한해의 농사가 그런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어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이다. 

 

20241022-1.jpg

 

20241022-2.jpg

 

20241022-3.jpg

 

20241022-4.jpg

 

20241022-5.jpg

 

20241022-6.jpg

 

20241022-7.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693 촌부의 단상-사서 하는 고생, 그리고... file 2024.10.20
692 촌부의 단상-깊어가는 산골의 가을 file 2024.10.21
» 촌부의 단상-뿌듯하고 흐뭇한 텃밭농사 추수 file 2024.10.22
690 촌부의 단상-서리 대신 비내리는 상강(霜降)날에... file 2024.10.23
689 촌부의 단상-단풍놀이, 고구마 나눔 file 2024.10.24
688 촌부의 단상-하루사이에 이럴 수가... file 2024.10.25
687 촌부의 단상-영주 해담사과농원에서... file 2024.10.26
686 촌부의 단상-사과따기 체험후 산골집으로... file 2024.10.27
685 촌부의 단상-사부작사부작 file 2024.10.28
684 촌부의 단상-시나브로 밭정리를 하다보니... file 2024.10.29
683 촌부의 단상-대파 이삭줍기 file 2024.10.30
682 촌부의 단상-하루해가 짧구나! file 2024.10.31
681 촌부의 단상-고추장 담그기 쉽지않군! file 2024.11.01
680 촌부의 단상-2024 농사 끝~!!! file 2024.11.02
679 촌부의 단상-산골부부의 김장하던 날 file 2024.11.03
678 촌부의 단상-도시 바람 쐬러 원주에... file 2024.11.04
677 촌부의 단상-꽃대 자르기와 아내의 한지미술 작품 file 2024.11.05
676 촌부의 단상-아내는 신났다! 냉동고 때문에... file 2024.11.06
675 촌부의 단상-겨울 시작 입동(立冬)날에... file 2024.11.07
674 촌부의 단상-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file 2024.11.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9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