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깊어가는 산골의 가을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아흐렛날
아침마다 기온이 점점 떨어진다.
그만큼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것,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들고 바뀌는 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임을 그 누군들 모를까?
하지만 새삼 그런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영상 4.5도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추우면 몸도 추운 것일까?
이러쿵저렁쿵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춥다고 느끼면 난롯불을 지펴 몸을 뎁히자!
그동안 가볍게 농사를 짓는답시고
너무 안일하고 느긋한 마음이었는갑다.
갑작스레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다보니
이제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많은 일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맞다!
어서 해치우고 마음 편한 것이 한결 낫다.
고구마넝쿨 걷어내고 고구마를 캐야겠다.
고구마는 추위에 매우 약해 자칫 잘못하면
얼어서 못먹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옛부터 고구마는 사람이 생활하는 기온과
비슷한 곳에 보관을 해야한다고 들어왔다.
그래서 어릴적 고구마를 방안에 발을 치고
겨우내 보관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옛 어르신들 생활의 지혜가 대단했던 것...
어제 저녁무렵,
옆마을 밀양댁 한결 엄마가 아내에게 전화로
"언니! 형부 우리집에 좀 보내요. 이웃에서
총각무를 잔뜩 줬는데 너무 많아예. 가져다
작은언니네하고 나눠서 총각김치 담그셔!"
라고 했더란다. 때마침 마트에 가는 길이라
아내가 전화를 하여 곧장 한결네에 갔었다.
그런데 총각무를 플라스틱 대야 한가득을
주는 것이 아닌가? 혼자 들어 차에 실을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또다른
박스에는 감을 잔뜩 담아었다. 홍시감이다.
"형부! 매번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고마워예.
이거 갖다고 작은언니네하고 나눠 김치를
담가 드시고 감은 홍시로 만들어 드셔예!"
같은 경상도 아지매의 구수한 고향 사투리
처럼 마음씨도 곱다. 나눔이 또다른 나눔,
받음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라서 흐뭇했다.
어제 이른 아침나절,
아내의 절친한 친구 부군이자 이 촌부와는
45년 세월을 이어오는 좋은 인연의 형님이
세상을 떠나셔서 이 세상 마지막 가는 길에
배웅을 하러 멀리 분당에 다녀왔다. 문상을
하러가는 마음은 늘 짠하기도 하고 슬프다.
누구나 이 세상 짧은 소풍을 마치고 가야만
하는 것이지만 명이 좀 짧으냐, 명을 다하고
가느냐에 따라 슬픔의 농도가 다른 것 같다.
이제 겨우 70을 넘겼을 뿐이라 많이 빠르다.
그렇게 심지가 곧고 배려심이 많으며 밝았던
형님, 왜 이런 분을 빨리 데리고 가는 걸까?
이젠 영정사진으로 대하는 형님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마음이 먹먹했다.
부디 이제는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영면을
하시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아내의 친구
이여사님과 아들과 딸, 두 자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되돌아왔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늘 발인인데 못보고 그냥 와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