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사서 하는 고생, 그리고...
2024년 10월 20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여드렛날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을 하여 꽤나
스산한 날씨였다. 오후부터 찬바람에 몰려와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 같더니 오늘은
어제 아침보다 엄청 차이가 난다. 영상 5도,
찬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아침을 맞는다.
하긴 그동안 따뜻한 가을날이라 은근 걱정도
했었다. 요즘 같은 가을날, 우리네 서민들은
뭐니뭐니해도 따뜻한 것이 제일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추워질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
어제는 하루종일 아내와 함께 생고생을 했다.
흔히들 말하는 '사서 하는 고생'이라고 할까?
작고하신 어머님께서 살아생전 큰며느리에게
전수하여 주셨던 '젓갈 달이기'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어머님이 남겨주신 생활유품이랄까?
우리 고유의 식문화 중에는 '달이기'가 참 많다.
달이기의 뜻은 이렇다. '끓여서 진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국물을
붓고 재료를 오랜 시간동안에 가열을 가하여
국물을 줄어들게 만들어 성분의 농도를 매우
진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주로 간장이나 약을
장시간 동안 가열하여 성분을 농축시키는 것'
을 말하는 우리 고유의 식생활문화이다.
아내는 어머님의 생활유품이라며 거의 해마다
충남 강경에서 갈치속젓과 멸치젓을 주문하여
젓갈 달이기를 한다. 올해도 각 10kg을 주문,
어제 하루종일 불앞에 쪼그리고 앉아 달였다.
생젓에 물을 조금 붓고 한참을 팔팔 끊인 다음
갈아앉은 건데기를 건져내고 채에 키친타월을
깔아놓고 끓인 젓갈 국물을 한 국자씩 퍼내어
맑은 국물만 걸러서 내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극한작업이라고 할까?
두 가지 젓갈을 달이고 맑은 국물을 내리는데
소요된 시간은 8시간이 걸렸다. 2가지 젓갈을
각 10kg씩 달였는데 2리터 생수 페트병으로
갈치속젓은 네 병, 멸치젓은 세 병이 나왔다.
이렇게 달인 액젓은 세 자매가 나누게 된다.
젓갈 달이기를 마친 다음에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니 생활유품을 전수하여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제 그만 좀 편히 살자!
이렇게 고생하는 일은 올해로 끝내고 앞으로는
사서 먹자! 고향 남해에 액젓 내려 파는 집이
있다더라! 알았나?"라고 하니 아내가 하는 말,
"내가 조금 고생하면 아우들도 좋잖아? 몰라?
내년은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지 뭐..."라면서
말을 흐리는 것이었다. 참 못말리는 사람이다!
아내와 한창 젓갈을 달여 내리기를 하고 있을
무렵 아내와 촌부의 스마트폰 카톡이 동시에
울렸다. 아내가 일을 하다말고 카톡을 열더니
울먹이며 "ㅅㄹ 신랑 ㅇㅅㅎ씨 돌아가셨대!"
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부고를
보며 하도 먹먹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우리들은 45년이 넘는 참 오래된 인연들이다.
아내의 여고 동창 다섯 명이 오래전부터 함께
하는 모임이라 배우자인 우리들도 함께했다.
그 인연을 지금껏 쭈욱 이어오고 있다. 형님이
5년전 우리집에서 가진 모임 이후 병환으로
뵙지를 못했는데 결국 형님이 믿는 하나님의
곁으로 가셨단다. 친형처럼 좋아했던 형님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니 가슴이 먹먹하면서
슬픔이 마음속 가득 남는다. 5년전 일기장을
뒤져 이제는 추억으로 남을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형님을 추억해 보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라며 배웅하러 다녀와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