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낭만을 쓸어버리다!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이렛날
어제 오후부터 아무 쓰잘데기 없는 가을비가
내렸는데 언제 그쳤는지 아침은 잔뜩 흐리다.
어제 예보와는 달리 오늘 비소식은 없어졌나
했었는데 예보에도 없는 비가 또다시 내린다.
새벽까지 내린 강수량이 68.5mm로 꽤 많다.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꽤나 높다
아침 기온은 무려 14도까지 치솟아 의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늘 뿐이고 내일부터는
곤두박질을 하면서 쌀쌀한 날씨로 변한단다.
하긴 이제 그럴 시기도 됐다. 그러려니 하자!
어제 아침나절 장독대에 떨어져서 나뒹구는
낙엽은 팥배나무, 산목련 잎파리였다. 낙엽을
그냥 두기에는 너저분해 보였다. 쓸어버렸다.
현관 입구와 앞마당은 더욱 더 심했다. 얼마나
많은 울긋불긋 단풍이 든 낙엽이 떨어져 잔뜩
쌓여있는지 땅바닥을 덮을 정도였다. 낙엽을
그냥 두고 낭만을 즐기느냐, 너저분하니 쓸어
깔끔함을 바라볼 것이냐? 아주 잠시 망설였다.
그래, 이 나이에 무슨 낭만이냐? 쓸어 깔끔한
것이 낫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져 제빨리
빗자루와 마대자루를 챙겼다. 마대자루는 왜?
쓸어서 모은 낙엽을 담아 밭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농부 맥가이버 아우가 낙엽을
긁어다 밭에 뿌려놓으면 거름으로 아주 좋다고
하여 해마다 가을이면 단지는 물론 산기슭에서
낙엽을 긁어모아 흙이 안보일 정도로 뿌려놓곤
한다. 올가을에도 그렇게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어찌되었거나 낭만보다는 실리를 택하였으니
낭만을 쓸어버렸다고 해야겠지?
어제 오후에 일을 나갔지만 쏟아지는 가을비가
방해꾼이었다. 우의를 입고 나갔으나 속수무책,
담당자가 "어르신들! 비를 맞고 일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오늘은 비가 그칠 것 같지가 않으니
조금 기다렸다가 일찍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라고 했다. 그렇다고 곧바로 나올 수는 없어서
일하는 코스를 두루 한바퀴 돌아본 다음 나왔다.
원래 같이 일하는 큰형님이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던 날이 어제였다. 조금 이르지만 장평에서
소머리국밥에 소주 한잔을 걸치고 가기로 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 술마시기에
딱 맞는 안성맞춤 분위기의 날씨였다고 할까?
셋이서 아주 기분좋게, 너무나 즐겁게, 맛있게
먹고 마시고 왔다. 술을 못마시는 큰형님께서
미리 그랬었다. "오늘은 내가 풀서비스로 밥도
사고, 술도 사고, 둘 다 집까지 택배를 해줄께!"
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많이 고마웠다. 우리는
이렇게 재밌게 일하는 삼총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