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13년생 더덕을 캐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닷새 보름날
오늘 아침도 여전히 자욱한 안개가 자욱하다.
가시거리가 얼마나 될까? 50여m쯤 아랫쪽에
있는 카페가 보일듯 말듯 희미하다. 아직 동이
트기전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오늘 안개는
정말 대단하다. 기온도 덩달아 또다시 떨어져
8도에 머문다. 밤새 내린 이슬과 안개비 때문
인지 땅바닥은 마치 비가 내린 듯 축축하다.
어제는 종일 흐릴 것이라던 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아주 좋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
모습, 청명한 하늘과 따스한 햇볕이 이 촌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아내는 아침나절
서너 날을 고생하며 시나브로 껍질을 벗겨놓은
고구마순을 데쳐 채반에 담아 아침에 햇볕드는
장독대에 널어놓았다. 고구마순은 바로 먹어도
좋지만 말리면 영양도 더해지고 겨울날은 물론
두고두고 연중 먹을 수 있는 좋은 식재료이다.
햇볕을 따라 그때그때 옮겨가면서 말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한다.
어제 오후, 아내를 장평에 있는 초등학교 앞에
내려주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더덕밭을
보라보며 할 일을 생각해냈다. 지난주 무성한
잡목과 잡풀을 예초기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더덕넝쿨은 밑둥을 식별할 수 있게 약간 길게
남겨놓고 베었다. 간만에 더덕을 캐볼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다. 너무 짧게 자르면 제아무리
식물 구분하는 눈이 좋아도 식별하기가 쉽잖은
것이다. 줄기만 봐서는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너무 빨리 정리를 한 것 같다.
씨앗이 여물지 않은 씨방이 여기저기 보인다.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여기 더덕밭은 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비탈진 언덕배기 산기슭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잡목과 잡풀이 우거진 곳을 대충 정리
하여 더덕씨앗을 뿌려놓고 자연스럽게 자라게
그냥 둔 것이다. 재배하는 것 처럼 거름도 전혀
주지않았다. 자연상태로 그대로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며 싸워 이기는 녀석은 살아남고 하나의
예로 뚱딴지(돼지감자)같은 식물에 치여 자연
도태된 것도 꽤 많다. 그래서 이곳에서 자라는
더덕은 자연산 더덕이다. 씨앗을 뿌리기만 했지
전혀 재배하느라 손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덕씨앗을 뿌려놓고 지난 세월이 어언
13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여기서 자라는 더덕
나이는 열세 살이다.
이따금씩 몇 차례 캐보긴 했지만 한꺼번에 많이
캔 적은 없다. 거름도 보살핌도 없이 자연상태
그대로 자라 3년을 길러 거두는 재배더덕과는
전혀 비교가 안될 만큼 뿌리가 아주 자잘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분명 성분 만큼은 재배더덕과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품질을 지니지 않았을까
하는 촌부의 생각이다. 대충대충 더덕의 싹대를
찾아 그래도 큼지막한 것만 캐고 자잘한 것들은
다시 심어놓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참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긴 세월 기다린 보람을 느낀다.
더덕구이는 매콤하고 향긋하여 좋지만 아내가
생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드는 더덕셀러드는 아주
또다른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일품요리이다.
올가을에는 이 더덕으로 몸보신하여 긴 겨울을
대비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