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수확의 계절, 비움의 시기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이튿날
어제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아침이다.
기온은 오래간만에 두 자릿수, 영상 10도까지
쑤욱 올랐으며 연일 아침이면 자욱했던 안개도
오늘 아침에는 끼지않았다. 소나기 소식있다고
하더니 잔뜩 흐린 모습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주말 이틀을 포함해 오늘까지 사흘간은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있다. 매일 나가는 것 보다
한 주일에 3일만 나가는 일이라서 좋기는 하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촌부의 이 일은 실보다는 오히려 득이
되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일이라서 너무나 좋다.
70을 눈앞에 둔 나이지만 나가서 일을 할 수가
있음은 여러가지로 참 좋다. 오는 12월말까지
일하고 1, 2월 두 달은 쉰다. 겨울방학이라고
할까? 내년에도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뿐만아니라 지금 일하는 식물원으로 재배치가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다만 가능하면 그렇게
해주겠다는 관계자의 그 말을 찰떡같이 믿는다.
어찌되었거나 지금 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성실함을 보여 인정을 받으면 식물원이
아니더라도 일자리는 주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
어느새 10월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선선해진
날씨는 점점 마음을 바쁘게 한다. 이곳 산골은
머잖아 찬바람, 찬공기가 몰려올 것이다. 여느
고장보다는 동절기가 빨리 찾아들 뿐만아니라
또 한참 더디고 끈질긴 추위가 오래 가는 그런
고장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는 수확을 하여
하나둘씩 밭이 비워지고 있다. 우리도 그렇다.
수확의 계절이면서 비움의 시기라고나 할까?
산골 아낙인 자매는 고구마밭에서 고구마순을
따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그 어떤 농사가 쉬운
것이 있을까마는 고구마순을 수확하고 갈무리
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벌써 몇 번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 이리저리 헝클어져있는
고구마넝쿨을 들어올려 하나하나 따야만 하고
그런 다음 잎파리를 일일이 다 따내야 하는 일,
그뿐만이 아니다. 집으로 가져와 또다시 하나
하나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비로소 우리가 먹게 되는 좋은 식재료가 된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데쳐서 가을햇볕에 잘 말려야 두어야 다가오는
겨울부터 다음해 이맘때까지 먹게 되는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고구마순을 꺾는 자매
모습에서 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것 같아서 한참
바라보았다.
자매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그 때에
촌부는 또다른 가을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큰 일이 아닌 아주 소소한 일이지만
이 시기에 해야하는 일이다. 큰밭 한 구탱이에
심어서 기른 줄콩의 마지막 수확을 한 다음에
넝쿨을 정리하여 깔끔하게 밭설거지를 해놨다.
한꺼번에 하면 힘드는 일이기에 즉시 해치운다.
남은 줄콩을 다 따내고 넝쿨을 걷어낸 다음에
봄날에 쳐놓은 유인 그물망을 걷어내고 단단히
박아놓은 지지대를 뽑아 보관장소로 옮겼다.
이렇게 시나브로 밭설거지를 하다보니 올해는
일이 한결 수월하다, 이제 남은 것은 고구마를
캐고, 호박넝쿨을 걷어내고, 가을채소 무우와
청갓을 수확하면 모두 끝난다. 늦어도 월말에는
깔끔하게 다 끝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요, 비움의 시기라고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