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 소리 들리고 가을 모습 보인다!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초열흘날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자마자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예보에도 없는 비가
내리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이라서 부랴부랴
다용도 창고 문을 열었다. 비는 무슨...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듯한 안개만 자욱하게 끼였다.
동이 트기전이라 아직 어두컴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이른 아침을 살필 수는
있었다. 빗소리가 아니고 밤새 이슬이 꽤 많이
내려 다용도 창고 지붕윗쪽 팥배나무 가지에
맺혔다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땅바닥도 비에 젖은 듯이 축축하다.
이런 걸 두고 가을 소리가 들리고 가을 모습이
보인다고 하는 것일까?
소나무숲 사이로 빼꼼이 보이는 가을 햇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분명 우리들의 눈으로
보는 해, 태양은 하나인데 이 가을날에게 보는
해는 지난 여름날에 폭염을 내뿜어 그렇게도
싫어했던 그 해가 아닌 아주 온화한 느낌이다.
그래서 아직 백일홍은 꽃을 피우고 있는 걸까?
가을이 왔으니 꽃대 정리할까 싶어 낫을 들고
나갔다가 뒤늦게 서너 송이 꽃이 핀 모습이라
도저히 베어낼 용기가 나지않아 멈춰야 했다.
과꽃도 마찬가지다. 지는 꽃과 피는 꽃이 함께
한다. 그렇지만 한창 자태를 뽑내는 꽃도 있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노란꽃을 피우고
향기 내뿜어 벌을 부르는 산국은 가을꽃이다.
낙엽지는 계절에 보는 꽃은 예쁘다, 아름답다
라는 화려함 보다는 수수한 느낌이 들고 때론
외로움 마저 깃드는 것은 이 촌부만이 느끼는
엉뚱함일까?
이젠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가을이 보인다.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른색이다. 가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도 솜틀마냥 더 없이 부드럽게
보인다. 좋다. 장독대 위에 널어놓은 고구마순,
도라지가 가을 햇볕에 잘 마른다. 산골 아낙의
겨울준비하는 모습, 아내의 손길이고 정성이다.
어제 오후 잠시 들렸던 아는 형님댁, 거기서도
가을을 보았다. 밭에는 가을 채소가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으며, 햇볕 잘 드는 곳에 널어놓은
털지않은 조 이삭 송이, 대추, 상황버섯, 표고
버섯이 너무 정겹게 보였다. 그 형님 본인 말로
농사꾼이며 산꾼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지은 농산물이요, 오대산
산자락을 헤매고 다니면서 채취한 임산물이다.
70대 중반 촌로(村老)의 참 부지런한 가을을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