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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월정사 대신 상원사에 다녀오다.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초닷샛날 

 

이제 점점 아침이 늦게 밝아오는 시기가 되어 

6시가 되어도 바깥은 어두컴컴해 사방분간이 

잘 안될 정도이다. 앞으로 더 그렇긴 하겠지? 

요즘은 특히 연일 안개가 끼어 더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아침 안개는 여전하다. 건너편 먼산에는 

구름이 산허리까지 내려와 걸쳐있다. 멋있다. 

잔뜩 흐림으로 시작하는 아침, 기온은 쑥 올라 

두자릿수 10도이긴 하지만 서늘함이 머문다. 

 

어제 아침나절, 밭에 나가 서승거리면서 뭘 좀 

해볼까 망설이다가 눈길이 부추밭에서 멈췄다. 

얼마전까지 하얀꽃이 보였었는데 그새 씨앗이 

맺혀 어떤 것은 이미 떨어지고 없다. 내년에는 

더 많이 나오겠지? 문득 장독대 앞쪽 자그마한 

터에 흰민들레, 더덕, 부추를 조금씩 심어놓은 

것이 생각났다. 매일 보는 것인데 부추 생각을 

못했다. 여기 부추는 수시로 잘라먹어 아직은 

싱싱하게 잘 자란다. 원래 부추는 제때에 잘라 

먹으면 오랫동안 계속 자라는 특이한 채소다. 

채소용 가위로 하나하나 잘랐더니 아내와 둘이 

먹을 양으로는 충분하다. 여기 부추를 잘라먹다 

보니 정작 부추밭의 부추는 등한시하게 되었고 

결국은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혀 올해는 끝이다. 

어쨌거나 부추로 뭘 해먹을까? 날씨도 그런데 

땡초 쫑쫑 썰어넣고 부추전이나 부쳐먹을까? 

 

어제는 아내가 바쁜 일 없으면 오대산 월정에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했다. 요즘은 무슨 바쁜 

일이 있겠냐며 그러자고 했다. 한동안 못가서 

마음이 좀 그랬나 싶어 아무런 토를 달지않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이따금씩 아니 

자주 드라이브 삼아 오대산 월정사에 다녀오곤 

한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길이 너무 정겹고 

좋아서 주로 국도로 다닌다. 집을 나서 40여분 

장평, 용전, 속사, 진부를 거쳐 오대산 월정사에 

이르는 길은 풍광이 참 좋다. 그야말로 더 없이 

드라이브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길이다. 

 

그런데 월정사 입구에 갔더니 오대산 축전이란 

행사기간이라 월정사 주차장을 임시폐쇄하여 

자동차가 못들어간다고 했다. 우리는 월정사의 

신도증이 있어 늘 프리패스인데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상원사를 가려면 괜찮을 것 같아서 

물었더니 들어가라고 했다. 어차피 부처님을 

뵈러가는 것인데 월정사, 상원사를 구분을 할 

필요는 없잖은가? 오히려 잘 되었구나 싶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르는 비포장도로는 

정말 낭만적인 길이다. 약 9km의 꾸불꾸불한 

숲사잇길은 너무 좋아 거의 계절별로 한두번 씩 

일부러 다녀오곤 한다. 아내도 너무나 좋아했다. 

 

축전기간이라 관광객도 많았고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라 단체등산객들도 상당히 많이 붐볐다. 

날을 잘못 택하긴 했으나 얼마후 단풍철이라서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 많은 사람을 구경하기 

어려운 산골살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싫지않았으니 말이다. 자동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며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집도 산골이지만 오대산에 가면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는 아내는 조잘조잘 말도 참 잘한다. 

집에서 나누지않던 이야기가 그냥 술술 나온다. 

부처님을 뵈러가는 것이 주목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오히려 목적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상원사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뵙고 딱 한가지만 빌었다. 지금처럼 비워지는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되돌아오는 발길이 너무 가벼웠다. 아내도 역시 

오길 잘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웃었다. 

 

날씨가 잔뜩 흐리고 스산한 느낌이 드는 날이라 

이런 날은 해물짬뽕이 땡긴다는 아내의 말 대로 

오는 길에 진부 바우짬뽕에 들려서 해물짬뽕을 

한 그릇 먹고 왔다. 멀긴 하지만 이따금씩 가는 

집이라 이젠 주인아주머니도 반갑게 맞아준다. 

팔이 아파 한동안 점심에만 영업을 한다고 했다. 

어쩐지 얼마전 이른 저녁에 갔었는데 문이 닫혀 

있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단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잘 맞는다. 늘 손님이 많은 것을 보면 틀림없이 

맛집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특히 아내는 입맛이 

없을때 이 집 해물짬뽕을 먹고나면 입맛이 바로 

돌아온다고 하여 꽤 오랜 세월 단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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