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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수확의 기쁨, 나눔으로 보람을...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초나흗날 

 

여전히 자욱한 안개와 함께 또 하루를 열었다. 

일교차가 꽤 심하여 그런지 연일 안개가 끼는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 이른 아침 기온은 

조금 올라 7도에 머문다. 당분간 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일하기는 물론이고 

활동하기에도 아주 좋은 최적의 환경이겠지? 

 

요즘 아침은 다소 쌀쌀한 느낌이 들기는 해도 

밭에 나가 일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 능률도 

배가(倍加)되는 느낌이다. 10월에 접어들면서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뭔가에 쫓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많은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을에는 

많고 적음을 떠나 너 나 할 것 없이 농사를 짓는 

농가는 모든 농사 마무리를 해야하는 시기라서 

촌부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농사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문서화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그날그날 

해야하는 일이 결정되는 것이라서 계획을 수립 

하더라도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건 극히 드물다. 

또한 오로지 경험치를 바탕으로 하여 모든 일은 

농부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생각에 따라 진행이 

되는 것이다. 어설프고 어쭙잖은 농부인 촌부의 

견해는 이렇지만 프로 농부님들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촌부의 이 생각과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촌부는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살핀 다음 

할 일을 정한다. 어제 아침에도 즉흥적으로 할 

일을 정했다. 며칠전부터 생각했던 일을 했다. 

느타리버섯사(舍)에 잡초가 잔뜩이라 뽑아야 

겠다는 마음만 먹었을 뿐 다른 일 순서에 밀려 

차일피일 뒷전이었다. 뭐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잡초를 그냥 두어도 버섯은 필 

때가 되면 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마음 내킬때 어서 해치우자며 말끔히 정리했다. 

"그나저나 올가을에 느타리버섯이 돋아날런지 

모르겠네?"라고 중얼거리며 전날 밭설지를 한 

장작집 앞쪽 작은밭 평탄작업을 했다. 밭고랑 

그대로 두어도 상관은 없지만 이런저런 작업을 

하거나 겨울철 이런저런 작업 차량이 올라오게 

하려면 밭이랑을 허물어 밭고랑을 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삽으로 평평하게 평탄작업을 했다. 

전날 뽑아놓은 고추대는 손수레에 싣고 두 번을 

퇴비장으로 나르는 일을 했다. 비탈진 곳이라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가을 햇살이 나와 이슬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아내와 함께 호박밭에 갔다. 잘익은 늙은 호박 

찾기를 시작했다. 아직 넝쿨과 줄기가 살아는 

있지만 점점 물기가 빠지고 무성했던 호박밭은 

많이 훤해졌다. 그동안 보이지않던 늙은 호박이 

보인다. 다른 줄기는 물기가 있는데 늙은 호박 

꼭지는 마른 상태였다. 이미 서리가 내렸으며 

머잖아 된서리가 내릴 것 같아 서둘러 따기로 

했다. 크고작은 늙은 호박을 열다섯 덩어리나 

땄다. 큰 호박은 못해도 10kg은 족히 넘을 듯 

하다. 큰 것 네다섯 개, 올망졸망한 것 열 개쯤 

땄다. 사실 우리는 호박을 익혀 늙은 호박으로 

수확하려고 심은 것은 아니고 애호박을 따려고 

심은 것이다. 넝쿨과 잎 그리고 풀섶에 가려서 

미처 따지를 못한 것이 익어 늙은 호박이 된 것, 

어찌보면 부수입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호박밭 뒤져 찾아낸 늙은 호박을 비롯해 

숨어있던 애호박도 몇 개 찾았다.  

 

많은 늙은 호박을 우리가 어떻게 다 먹겠는가? 

아내에게 부탁한 분들이 있다고 하여 나눔을 

하기로 했다. 서울 막내 아우네 보낼 것을 따로 

놔두고 모두 자동차에 실었다. 애호박 3개도 

함께 싣고 아내와 함께 나갔다. 첫 번째 집에는 

늙은 호박, 애호박 한 개씩 내려주었다. 다음은 

윗마을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님댁 형수님이 

호박죽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늙은 호박 큰 것 하나, 중간치 하나에 

애호박 하나를 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 

나와서 다음 집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고 우리에게 언니, 형부라고 부르는 

산골에 와서 알고 지내는 꽤 오래된 인연이다. 

커다란 늙은 호박과 나머지 중간치, 작은 것을 

모두 내려놓았더니 고맙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호박죽을 좋아하여 아주 맛있게 끓이는 솜씨가 

있어 지난해에는 우리가 갖다준 호박으로 죽을 

끓여 나눔을 했으며 올해도 그럴 것이고 했다. 

이런 것을 두고 나눔의 릴레이라고 해야겠지?  

우리가 기른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할  

수 있음이라서 마음이 너무 뿌듯하고 흐뭇하다. 

수확의 기쁨과 나눔으로 보람을 얻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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