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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탱글탱글 너무나 싱싱한 고구마순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스무이렛날 

 

어김없이 찾아온 계절, 참 좋은 가을날이다. 

아침은 자욱한 안개, 촉촉한 이슬이 좋으며 

한낮은 따뜻한 햇살, 높고 푸른 하늘이 좋고 

저녁은 지는 노을은 물론 밤바람까지도 좋다. 

그래서 가을은 참으로 좋은 계절이구나 싶다. 

 

이런 가을날은 일하기가 참 좋아 시간이 아깝다. 

잠시라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않아 욕심 부린다. 

과욕 부리면 안되는데, 너무 무리하면 안되는데 

하지만 그저 마음뿐이고 몸은 어느새 움직인다. 

이른 아침부터 땅거미가 지는 저녁무렵까지 꽤 

바쁘게 종종거리며 움직인다. 마음은 참 가볍다. 

 

잣나무숲을 다녀왔고 배추밭에서 이삭줍기까지 

할만큼 했으니 더 이상 일하지 말고 그냥 쉬어야 

겠구나 했는데 좀이 쑤셔 밭가에 어슬렁거렸다. 

순간 눈속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고구마순을 

따야겠구나 싶었다. 황토흙이 아닌 마사토라서 

고구마는 튼실하게 들지않고 맛도 좋지는 않다. 

그렇지만 고구마순은 아주 튼실하게 잘 자란다. 

아내가 좋아하고 처제가 좋아할 뿐더러 우리들 

남정네들도 고구마순 볶음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구마순을 먹기 위해 고구마를 

심어 기른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는 손질하기 

번거로운 고구마순을 따서 갈무리를 하고 있다. 

 

고구마 줄기 앞쪽을 번쩍 들고 하나하나 따야만 

하는 일이지만 요령을 알면 손쉽게 딸 수 있다. 

줄기가 다칠까봐 식구들에게 시키지는 않는다. 

하나씩 조심조심 따야하지만 그리 힘들진 않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라고 할까나? 

그렇게 한시간 반쯤 고구마순을 땄더니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가 한가득이다. 앞마당 야외탁자 

위에 옮겨놓았다. 조달담당 촌부의 일은 여기서 

끝나고 다음에는 갈무리담당 아내몫이 남았다. 

어쩌면 아내가 하는 갈무리가 더 힘든 것일게다. 

하나하나 잎을 따내고 껍질을 벗기는 것은 여간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 아니지만 아내와 처제는 

산골살이 재미라며 힘들 줄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동안 껍질을 벗겼다. 

 

고구마순 껍질 벗기기는 저녁식사 마친 후에도 

이어졌다. 탱글탱글 너무나 싱싱한 고구마순은 

이렇게 고생해야만 맛을 볼 수 있는 찬거리다. 

저녁밥상에는 이삭줍기로 주워온 금추(배추)로 

겉절이를 하고 힘들게 껍질을 벗긴 고구마순을 

볶음으로 하여 올라왔다. 거기에 배춧국 끓이고 

팽이버섯전, 울외장아찌, 어리굴젓으로 차려준 

소박한 산골밥상은 모두 밥도둑의 집합이었다. 

비록 남의 살(고기, 생선)이 없는 풀떼기 일색 

이었지만 그 어떤 진수성찬 보다 더 맛이 좋은 

밥상이었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났더니 하품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열심히 일하고 맛있게 먹어 

몸이 반응하는 것이리라! 우리만 맛있게 먹을 

수 있겠는가 싶어 나눔 하려고 고구마순 조금, 

애호박 두 개를 함께 비닐봉지에 담아놓았다.  

도대체 별 것 아닌 나눔을 할 사람이 누구냐고?  

그건 아내와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다.ㅎㅎ 

많은 사람들과 나눔을 못하는 것이 죄송하여... 

 

오늘은 용인, 수원, 원주에 차례로 갈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아침 산행은 못하고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모처럼의 도시 나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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