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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백일홍(百日紅) 일생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스무날 

 

사나흘 추적거리던 가을비가 그치고 난 오늘 

아침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13.5도이다. 

이번 비는 가을 폭염을 잠재워 가을의 모습을 

찾게 해준 것이지 싶다. 분명 가을을 재촉하는 

비였던 것이다. 한동안은 가을이 실종된 듯한 

그런 날씨가 이어져 의아했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앞마당 백일홍을 화두로 삼아야겠다. 

 

백일홍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하여 

지난 봄날 모종을 얻어와 앞마당에 심었다.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하는 백일홍은 원래 

멕시코 원산의 귀화식물이며,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다. 옛부터 전해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피는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고 만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꽃, 

그런 꽃이 바로 백일홍이다. 자료에 의하면 

백일홍은 원래 잡초 취급을 받았으나 개량을 

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각광을 받는 꽃이 되어 

들꽃을 개량한 좋은 본보기의 하나라고 한다. 

다양한 색깔로 피는 꽃이라 그런지 꽃말 또한 

색깔별로 다양한다. 빨간색은 '인연. 그리움', 

주황색은 '헌신', 흰색은 '선한 마음. 순결'이고 

노란색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않는 다짐'... 

아무래도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심어야겠다. 

 

자그마한 모종을 심어놓고 

꽃이 피면 아내가 얼마나 좋아할까 했다. 

맑은 공기, 따뜻한 햇볕이 기르고 

하늘이 내려주는 빗물을 머금고 

땅속 흙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잘 자랐다. 

 

무럭무럭 자라며 잎을 늘리고 

줄기가 쑥쑥 자라고 가지를 쳤다. 

그렇게 얼마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나둘씩 저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의 

꽃들이 아름답고 예쁘게 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기 시작한 많은 예쁜 꽃들은  

따뜻한 봄을 지나 폭염의 여름을 견디며 

꿋꿋하게, 늠늠하게 자태를 지켜나갔다. 

그 어떤 꽃들보다 강인함을 지닌 꽃이다. 

계절 바꿔가며 피는 꽃이 어디 또 있으랴?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영원함이 없다. 

가을로 접어들자 잎과 줄기는 물기가 빠져 

시들고 비를 맞아서 그런지 초라해 보인다. 

그래도 윗쪽 가지에는 꿋꿋함을 잃지않은 

꽃이 피어 끝가지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오랜 시간 계절을 바꿔가며 

예쁜 꽃을 피워 아내는 물론 촌부도 좋았다. 

시들어가는 모습이 안스럽고 안타깝긴해도 

그동안 좋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고마울 따름, 

왠지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한 백일홍 일생... 

 

♧백일홍 관찰일지 

- 5월 19일 모종을 심다. 

- 6월 22일 꽃피기 시작하다. 

- 7월 11일 제법 많은 꽃이 피었다. 

- 8월 18일 꽃에 나비가 날아들다. 

- 8월 29일 꽃이 만개하여 보기좋다. 

- 9월 21일 비를 맞은 모습이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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