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 나이에 생일은 무슨...
2024년 9월 21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열아흐렛날
요즘은 동이 채 트기도 전에 하루를 연다.
일년 열두 달 365일 촌부의 기상시간은
거의 변함이 없으나 계절에 따라 동이 트는
시간이 달라 가을에 접어드는 이 계절에는
어두컴컴하다. 그렇긴 하지만 사방을 분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일찌감치 밖에
나가 날씨를 체크하고 밭작물들이나 온갖
주변 야생초들 근황을 살피며 단지 한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오늘은 근래 보기드물게 선선하다. 공기도
맑다. 연일 20도를 넘나들었던 아침기온도
많이 떨어져서 오늘은 16도에 머문다. 이제
제모습인가? 비가 내리고 있어 그런 것인가?
바람까지 제법 거세게 분다. 이런 것을 두고
세찬 비바람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한동안
가뭄이 들어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은
안해도 될 듯하다. 집옆을 흐르는 시냇물도
이제 제대로 제모습을 찾은 듯하다. 흐르는
물소리가 콸콸콸이다. 오락가락을 반복하며
이틀을 내렸고 오늘이 사흘째, 이번에 내린
비는 제법 많이 내려 시냇물 양이 꽤 불었다.
오늘 아침까지 90mm 가량 내렸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어찌되었거나 오늘 또다시
비날이 될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더니,
생일케익 그림과 함께 '생일 축하합니다.
이용식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고 하는
화면이 떴다. 그 포털에서 생일을 알려주었다.
"생일이라, 이 나이에 생일은 무슨..." 이라고
일축했으나 순간 생일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날生, 날日 그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로는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촌부는 1956년 병신년(丙申年) 음력 팔월
열아흐렛날에 경남 남해군 서면 우물리에서
태어났다. 이 좋은 가을날 태어나 추남(秋男)
이고 못생겨 추남(醜男)이다. 작고하신 우리
엄니는 "울 큰아들 참 잘 생겼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이후에 69살 되는 오늘날까지
세 여인이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12살까지는 고향 남해에서 할머님께서 매년
넙치(광어인지 도다리인지는 잘 모르겠다)를
넣고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려놓고 먼저
두손 모아 조상님께 빈 다음 먹게 했었다. 뭘,
어떤 생각으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서울에서 결혼전까지는 어머님께서 쇠고기를
넣고 끓여준 미역국을 생일날 맛있게 먹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는 아내가 정성을 들여
끓여주는 쇠고기 미역국을 먹고 있다. 지금의
이 나이에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할까마는 매년
생일이 되면 할머님, 어머님 생각이 나고 또한
아내와 더불어 이들 세 여인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오늘도 그런 마음이다.
그건 그렇고 일기에 기록할 건 하고 넘어가자.
어제 오전엔 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밭일을 조금 했다. 그래도 두어 시간이 걸렸다.
조선대파밭이 완전 풀밭이 되어있는 것이 너무
볼썽사나워 쪼그리고 앉아 풀을 대충 뽑아냈다.
기존에 심어 자라는 것도 있고 씨앗 뿌려놓아
자그맣게 올라온 것도 있지만 하도 잡초들이
기승을 부려 파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 원인은 촌부가 게으름을 피운 결과,
그러니 힘들어도 뽑아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자잘한 잡초들까지는 뽑지를 못했으나 그나마
이 정도로 정리했음인데도 조선대파가 보인다.
이제 풀들이 사그라지는 계절이라 그냥 두기로
했다. 대파 녀석들에겐 이 정도도 오감타겠지?
기왕 시작한 김에 칼날 예초기를 짊어지고 그
옆쪽 눈개승마, 명이나물밭에 주인행세를 하는
개미취, 곤드레, 쑥부쟁이를 비롯한 야생초를
다 베어버렸다. 아내가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길가로 자빠져 있어 늘 신경이 쓰인다고 했고
이제 꽃도 진 상태라서 씨앗을 맺기전에 베는
것이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라서 잘라버렸다.
아주 깔끔하여 보기도 좋다. 일을 마치자마자
후드득 거리며 비가 마구 쏟아지는 것 아닌가?
"하여간 이놈 촌부, 기막히게 일하는 타이밍을
잘 맞춘다니까!" 라고 했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타이밍은 무슨, 날궂이 한 것이지!" 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