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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풀도 깎고, 꽃도 관찰하는 일상 

 

2024년 8월 27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스무나흗날 

 

새벽에 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나가보니  

제법 거세게 내렸다. 단시간에 6.5mm가 

내렸다고 한다. 같은 평창인데 여기 면온은 

내렸으나 면소재지 봉평은 내리지 않았단다. 

불과 13km 거리인데 참 희안하다. 

 

폭염에 시달리며 지내온 8월, 

그 8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침, 저녁으론 이미 찬바람이 난 듯하다. 

그렇지만 한낮은 여전히 폭염이 기승이다. 

지금 당장은 땀을 많이 흘려 힘든긴 하지만 

머잖아 이 계절이 지나면 그리운 날도 있겠지? 

 

아내는 이따금씩 촌부더러 하는 말이 있다. 

"이 영감탱이는 일중독자 아녀?"라고 한다. 

하지만 촌부는 절대로 일중독자가 아니라고 

정색한다. "내가 안하모 누가 할끼고?"라고... 

아내의 걱정과는 달리 촌부는 열심히 일하는 

시간은 즐기는 삶, 보람을 찾는 산골살이다. 

아내는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하기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넓은 단지 구탱이 

어디서 일하는지 몰라서 밥때가 되면 전화로 

찾는다. 일을 했다 하면 밥때도 잊은채 일에 

몰두하니 아내는 답답하여 그런 말을 할게다. 

그래도 그때뿐이지 지나고 나면 둘 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또다시 반복이다. 

산골살이는 틀에 박힌 삶은 아닌지라 우리는 

이따금씩 옥신각신하며 이렇게 살아간다. 

 

어제 이른 아침에 이틀째 예초기를 짊어졌다. 

중앙통로 양옆으로 온갖 야생초가 자라는데 

이제는 점점 꽃들이 사라지고 꽃이 지고나니 

너무나 너저분하다. 이런 생각, 이런 느낌은 

유독 촌부만이 가지는 걸까? 어쩌면 야생초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싶긴 해도 어차피 꽃을 

보기 위함인지라 꽃이 다 지고나면 잘라주는 

것이 다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곧바로 

예초기를 들이대고 과감하게 베어버리게 된다. 

이른 아침의 자욱한 안개속에서 이슬에 젖고 

풀물에 젖어도 아랑곳없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예초기를 돌렸다.  

 

어제도 칼날 예초기, 

이 예초기를 돌리다보면 몇 해 전 이 예초기를 

선물한 친구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나 오래된 

플라스틱 날 장착한 예초기가 수시로 고장나서 

고치느라 낑낑대는 모습을 일기로 본 정이 참 

많은 친구가 아무 내색도 않고 예초기를 사서 

보낸 것이다. 이 예초기 선물을 받고 너무 좋아 

눈시울이 촉촉해지기도 했었다. 촌부에게 이런 

친구가 있음이라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싶기도 

하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거듭 친구가 고맙다. 

친구 덕분에 좋은 예초기로 풀을 깎아 깔끔해진 

모습을 보며 흐뭇함이라서 미소를 지었다. 

 

촌부의 산골살이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남달리 

특이한 것이 있다면 꽃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 

특히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서 틈만나면 관찰을 

하는 것이다. 다른 꽃도 많지만 가장 가까운 곳, 

장독대 입구의 더덕꽃이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파고라 형태의 더덕덩굴 구조물이 있다. 

좌우에 21그루 더덕이 봄부터 덩굴이 감고올라 

지금은 성장을 멈추고 초롱같은 꽃이 피고진다. 

앞서 핀 꽃은 이미 지고 씨방으로 변했다. 아직 

꽃망울이 많이 맺혀 연일 꽃이 피고 있다. 때는 

이때다 싶은지 벌들이 꿀을 따느라 들락거린다. 

더덕꽃을 찾는 벌은 대부분 큰 벌이다. 종류는 

잘 모르겠다. 크기로 봐서 바다리는 아닌 것이 

분명한데 아무래도 말벌 종류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여유를 갖고서 꽃을 관찰하면서 집중을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취미는 산골살이와 함께 

시작된 좋은 버릇이요, 습관이다. 이런 촌부와 

달리 음식만들기를 무척 즐겨하는 아내 덕분에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호사를 누린다. 

저녁식사의 특별식은 닭날개 간장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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