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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옥수수대를 정리하며... 

 

2024년 8월 22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열아흐렛날 

 

간만에 일을 많이 하여 피곤했던 모양이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내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전날 밤에 이어 어제도 

밤늦게 빗소리에 잠을 깼다. 밤 11시경이었다. 

전날은 그다지 많은 비는 아니었다. 13mm, 

가뭄에 이 정도의 비도 오감타라고 생각된다. 

예보상으론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릴 거란다. 

가뭄 해소될 만큼만 내려주면 그것으로 고맙고 

그걸로 만족할 텐데... 자연현상이 우리들 바람 

그대로만 된다면 좋겠지만 그저 바람일 뿐이다. 

하늘의 뜻에 따르며 순응을 해야겠지? 

 

어제 이른 아침엔 이슬비를 맞으며 밭일을 했다. 

기다리던 비였기에 비를 맞는 것도 싫지않았다. 

뿐만아니라 오히려 비가 내리는 것이 더 좋았다. 

바로 대파밭의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장마철이 

지나고 곧바로 3주 가까이 나무작업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일은 거들떠 보지않은 것이 잡초를 

무성하게 키운 원인이다. 수시로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나무작업에 관심이 꽂혀 대파가 잡초에 

포위되고 점령을 당하는 것도 모른채로 나무만 

연신 날랐던 것이다. 그제였던가? 아내가 대파 

몇 뿌리 뽑아다주면 좋겠다고 하여 밭에 갔다가 

아연실색,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것이다.  

 

호미를 들고 우의를 챙겨입고 나갔으나 답답해 

이내 벗어버리고 그냥 비를 맞으면 풀을 뽑았다. 

비가 내리고 땅이 촉촉하여 호미도 필요없었다. 

워낙 많이 자라난 풀이라서 손으로 잡고 뽑아도 

쑥쑥 잘 뽑혔다. 혼자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게 뭣꼬? 대파밭이가, 풀밭이가?" 

"엄청나다, 엄청나... 진작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해놓고도 농사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며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또다시 밭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수확을 마친 옥수수대가 마음에 걸려 

정리를 해볼까 싶었다. 옥수수밭 맨 가장자리에 

한 이랑 고구마를 심어 지금 한창 넝쿨이 뻗어 

나가고 있다. 머잖아 고구마순을 따려면 불편할 

것 같았다. 촌부야 뭐 별 상관이 없지만 아내와 

처제가 들어가려면 옥수수대와 기다랗고 꽤나 

날카로운 옥수수 잎파리에 다칠까봐 걱정되어 

베어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베어내야 하는 것, 

조금 빨리 해치우는 것 뿐이다. 이번에 옥수수 

농사는 처음이라 옥수수대를 베어 퇴비장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마을아우가 애써 그럴 필요가 

없다며 베어 그냥 밭에 두라고 했다. 거름으로 

좋다며... 일을 많이 덜은 것이다. 기왕 정리하는 

김에 멀칭비닐도 벗겨놓았다. 벌써 밭설거지를 

한 것이다.  

 

옥수수 농사가 다른 농사에 비해 품이 덜가고 

편하기는 한데 2m가 넘는 키에서 겨우 옥수수 

한 개를 수확하게 되니 정말이지 경제성이 없는 

농작물이 아닌가 싶다. 올해 처음 이 옥수수로 

파는 농사를 해봤지만 아내가 원했던 고춧가루 

사먹을 만큼은 되지만 수익성은 기대 이하였다. 

하긴 우리가 언제 파는 농사를 지었던가? 우리 

먹을 만큼 자급자족이면 만족하고 그래도 남을 

것 같으면 나눔으로 보람을 찾았던 것이라서 

내년에도 또 큰밭에는 옥수수를 심어서 가능한 

편한 농사를 짓고 살자는 아내의 권유와 당부 

그대로에 따르기로 했다. 

 

원주에 볼일보러 나갔던 둘째네가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여 모처럼 도시에 나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왔다. 전부터 언니와 형부에게 맛있는 밥 

한번 사겠다고 하더니만 그럴듯한 한정식으로 

불렀다. 집에 있어봐야 어차피 비가 내려 일을 

못하는지라 잘 되었구나 싶었다. 올해 칠순이 

되는 제천의 김교수 부부도 불러 축하를 겸하여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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