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한밤중 빗소리가 반가워서...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열여드렛날
얼마만에 들어보는 빗소리였는지 모른다.
낮에 일이 그다지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초저녁에 잠이 들고 말았다. 아마도 요즘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염에 지친 것이 아닌가 싶다.
잠결에 후드득 거리는 빗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빗소리를 따라 바깥에
나갔다. 제법 빗방울이 굵어 강판 지붕위에도,
비닐하우스 형태의 다용도 창고 지붕에도 꽤나
요란스럽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뿐만아니라 처마끝 물받이 홈통을 타고 흐르는
낙숫물 소리마저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9호 태풍 종다리 덕분에 오늘, 내일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반갑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피해가 없이 그냥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자연적인 현상은
변함없이 그 시기에 맞춰지는 것 아닐까 싶다.
매미가 심하게 울어대면 한여름이고, 저녁으로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고추잠자리가
등장하면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폭염의 기승이
대단하긴 해도 부쩍 풀벌레 울음소리가 심한
요즘이다. 고추잠자리도 날개짓 멈추고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계절 바뀜을 예고
하는 곤충의 촉은 우리네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것 아닐까? 곤충들의 이런 예고에도
불구하고 올여름은 푹푹 찌는 폭염의 기승으로
너무 무덥고 정말이지 지겨운 여름이 이어진다.
간만에 내리는 비가 뒤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는
폭염을 잠재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른 아침 일을 나갔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다.
일을 다녀온 오후에 자투리 옥수수를 따기로
했는데 촌부가 힘들까봐 아침나절에 아내가
혼자 작업을 했더니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옥수수밭을 한바퀴 다 돌았는데 겨우 30개쯤
땄다고... 옥수수 농사가 이렇게도 비경제적인
것인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주에 수확을 하여
팔다보니 주문량이 많아 우리 식구들이 먹을
분량까지 보내고 우리는 자투리 옥수수를 따서
먹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빗나가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대로 먹을 만한 걸 골라
둘째네 주고 나머지를 삶아 알알이 까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어째 안스럽게 보였다. 옥수수
팔아서 고춧가루를 살 만큼은 벌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고 위로를 했다.
앞으로 넓은 단지의 풀깎는 수고로움을 조금은
덜게 되었다. 나이 많은 형님이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풀깎는 것이 못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예초기 작동부터 작업까지 과정을 알려달라고
했다. 예초기 작동이야 그다지 어려움은 없지만
위험한 작업이라서 안전수칙만 알면 될 것 같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시동을 걸게 했다.
잘한다. 완전초보는 아니다. 오래전 직접하지는
않았지만 예초기로 짊어진 경험은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해보지않아 조금 겁을 내기는 했었다.
시동을 건 상태로 자기네 집부근으로 가서 풀을
깎았다. 곧잘한다. 정교함은 없지만 차즘 나아질
것이다. 앞으로는 쇠날과 플라스틱날이 장착된
두 대의 예초기로 둘이서 작업을 하게 되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