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촌부의 농사는 나눔을 위한 농사인가?
2024년 8월 20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열이렛날
어제 오후, 거의 4시가 지날 무렵이었지 싶다.
그때쯤이면 밭에 나가 일을 해도 되겠지 싶어
작업복을 챙겨입고 밭으로 나갔다.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해 이내 들어와야만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도 폭염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 시각 기온은 무려 32도, 세상은
모두 녹여버릴 듯한 그런 폭염이었다. 이런 날,
이런 더위에 일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사실은 자투리 옥수수를 따고 정리를 해보려고
나갔던 것이었다. 옥수수고 뭐고 일을 했다가는
큰일 날 것만 같아서 제빨리 포기했다. 굳이 이
폭염에 해야하는 일도 아니니까 빨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잠시
밭작물을 둘러보았다. 이제 오이넝쿨은 끝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렁주렁 노각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신통방통이다.
폭염에 잎이 마르고 줄기인 넝쿨도 점점 물기가
빠지고 있다. 잎을 만져보면 이내 바스러진다.
아마 올해만큼 노각을 많이 수확한 적이 없었다.
아내의 최애(最愛) 반찬 중 하나인 노각무침을
원없이 먹게 해줬다. 아마 거의 하루에 하나씩
먹었지 싶다. 뿐만아니라 둘째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먹는 것도 많지만 나눔도 꽤 많이 했다.
지금껏 노각 나눔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거의
오이농사 끝물에 노각이 생기는 것인데 올해는
유달리 노각이 많이 열렸다. 초반과는 다르게
오이가 열리자마자 이내 노각으로 변하며 쑥쑥
커버린다. 이미 오이 수확은 많이 해놓았기에
오히려 노각이 많이 열리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방울토마토는 폭염과 상관없이 잘 자라고 잘
익는다. 오히려 폭염이 더 색깔을 예쁘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매일 따야만
한다. 우리가 실컷 먹고도 남는다. 한참 남는다.
방울토마토 역시 여기저기 나눔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는 많이 열리고 잘 익어 많은 수확을
했지만 모든 농작물은 때와 시기가 있는 것이라
머잖아 방울토마토 또한 정리하게 될 것이다.
저장을 할 수 없으니 열릴때 많이 먹어둬야겠다.
우리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중에서 가장 나눔을
많이 하는 것이 호박이다. 기왕 있는 밭이라서
비워둘 수는 없고 초봄에 밑거름만 듬뿍 넣으면
손이 별로 안가는 것이 호박농사라서 과하다고
싶을 만큼 호박을 많이 심는다. 우리 두 집 넷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는가? 그러다보니 수시로
호박을 따서 여기저기 나눔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애호박이지만 늦가을에는 늙은 호박도
나눔을 하게 될 것이다. 워낙 사방으로 뻗어가는
호박넝쿨의 그 위세는 대단하다. 주로 따는 것은
애호박인데 커다란 잎과 풀섶에 가려서 놓치게
되는 것은 저절로 커다랗게 변하며 익게 된다.
늙은 호박이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숨어 커버린
것이 꽤나 많다. 그나저나 마치 끓는 물에 데쳐
놓은 듯 폭염에 축 늘어진 호박넝쿨과 잎을 보는
마음이 안스럽기만 하다. 고마운 농작물인데...
제발 비를 좀 내려주었으면 좋겠는데 하늘은 왜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우리 농사는 나눔을 위한 농사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것저것 골고루 지어 우리 두 집
먹고도 남을 만큼이라 형제들은 물론 지인들과
나눔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눔을 꽤
많이 하다보니까 나눔을 받는 경우도 이따금씩
있다. 댓가를 바라고 나눔을 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나눔, 그 나눔을 받는 것
또한 고맙고 감사하고 흐뭇함으로 다가온다.
어제 돌배를 잔뜩 얻어왔다. 함께 일하는 부부,
10명 중 촌부보다 손아래 아우인데 정이 많은
부부이다. 며칠전에 이것저것 조금씩 따다가
나눔을 했더니 그렇게 좋아하고 고마워하더니
돌배를 주워다 주었다. 고맙게 받아와 아내와
함께 깨끗이 씻어놓았다. 물기를 다 빼고 말린
다음 돌배청과 돌배술을 담가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