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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또다시 나무작업을...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열닷새 보름날 

 

옛 속담에 '백중날은 논두렁 보러 안 간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컨데 이 말은 농경시대 때부터 

백중(百中)이란 세시풍습은 바로 농민의 명절 

이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증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백중이라는 세시풍습을 

제대로 챙기지는 않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한 시대라서 굳이 명절처럼 챙길 필요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백중날은 아니었지만 

야생화 관찰하며 한가로이 여유롭게 즐겼다. 

장독대 앞쪽에 세워둔 파고라의 더덕 덩굴 사이 

더덕꽃이 엄청 많이 피어 벌을 유혹하는 듯했다. 

한참동안을 바라보며 관찰을 하는 것도 재밌다. 

 

날씨예보에 연일 소나기 소식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그 시각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님 

하늘이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근 3주 가까이 폭염으로 인해 

꽤 가뭄이 심하다. 우리야 텃밭농사 수준이라 

그런대로 괜찮지만 농부님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소나기 소식은 또 

들어있다. 비록 많은 비는 아닐지라도 잠시잠깐 

만이라도 폭염에 달궈진 대지를 적셔줄 만큼의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었으면 좋겠는데... 

 

며칠 더 쉬었다가 조금 선선해지면 나무작업을 

하라는 아내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손수레를 끌고 산기슭에 올랐다. 

근 3주 가까이 산기슭 풀섶에 널부러진 나무를 

꺼내고 나르고 유압도끼로 쪼개 장작을 만들어 

한가득 쌓아놓았다. 그렇게 하고도 아직도 꽤나 

많은 나무가 산기슭의 풀섶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냥 두면 마르기도 하겠지만 겉면부터 서서히 

썩어들어간다. 기왕 해놓은 나무인데 썩히기는 

싫다. 우선 풀섶에서 꺼내 아랫쪽으로 옮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시 나무작업을 시작했다. 

이젠 정말 급할 것이 없다. 이미 장작집은 가득 

채워놓았으니 지금부터는 여분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선선한 시간에 쉬엄쉬엄 작업했다. 

풀잎에 내린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셔도 좋다. 

쉽게 움직일 만큼 가볍게 손수레에 싣고 나르고 

언덕배기 위에서 굵은 것부터 가는 것까지 많은 

토막나무를 아랫쪽 바베큐장 부근으로 던지고 

굴려놓았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산기슭에서 

꺼내는 토막나무는 마무리가 된다. 남은 것은 

아직 토막을 내지않은 가는 나무가 제법 남아 

있다. 그 나무는 가을쯤에 풀들이 사그라지면 

곤달비밭으로 옮겨 엔진톱으로 자를 생각이다. 

 

해가 늬엿늬엿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고구마순을 조금 꺾을까 하고 고구마밭에 갔다. 

밭이래야 큰밭가에 길게 한 이랑을 심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고구마를 심은 것은 알뿌리보다 

고구마순을 먹기 위함이다. 아마 고구마순으로 

만든 반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치, 시금치, 각종 산나물, 오이, 노각, 고추잎, 

고구마순과 같은 채식을 좋아하는 아내 때문에 

고구마순 채취를 위해 몇 해 전부터 심고 있다. 

처제도 너무 좋아한다. 자매라서 그런지 입맛도 

닮는 것인가 보다. 지금쯤이면 고구마순을 한번 

꺾어도 되겠구나 싶어 갔더니 이게 뭔 일인가? 

바랭이 풀이 고구마밭을 점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구마순이고 뭐고 그보다 먼저 풀뽑는 

것이 급선무였다. 엉덩이 방석을 찾아 깔고앉아 

한참동안 풀을 뽑느라 여념이 없었다. 풀을 뽑는 

것은 너무 재밌고 시원하고 또한 속이 후련하다. 

결국 고구마순은 못 꺾고 풀만 뽑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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