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장난 아니네!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여드렛날
새벽에 장맛비가 엄청 거세게 내렸다.
날씨 자료를 보니 시간당 30mm 가까이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쏟아부은 것이었다.
워낙 거센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을 깨
바깥에 나가봤더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이곳 설다목 산골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120mm 가까이 내렸다고 한다.
날이 새자마자 데크쪽 통창을 열었더니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했다. 밖으로 나가 시냇물 흐르는 것을
내려다보니 덜컥 겁이 나는 것이 아닌가?
오래전 2006년 이맘때 수해를 입어 며칠
고립되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는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인데 말이다.
폭우 덕분(?)에 잠을 설쳤지만 기왕 일찍
일어난 김에 부랴부랴 작업복을 챙겨입고
밭으로 나갔다. 쓰러진 농작물 몇 그루가
보이기는 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다. 큰밭가의 끝부분 밭고랑에 물이
고여있어 장화신은 발로 물꼬를 터놓았다.
한바퀴 다 돌기도 전에 갑작스레 또 비가
쏟아져 나머지는 포기하고 집에 들어왔다.
들어와 스마트폰을 보니 재난문자 들어와
있었다. 호우경보란다. 도대체 짧은 시간에
비가 얼마나 내렸을까? 기상청 누리집에서
누적강수량을 검색했더니 7시전인데 불과
서너 시간동안 집중호우가 내려 상당했다.
왜 요즘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리는걸까?
어찌되었거나 피해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제까지는 여느 고장의 비소식은 먼나라의
소식인냥 그러려니 하며 하루빨리 원만하게
피해복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오늘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은 모르는 채...
늦은 오후 나무작업을 다시 해볼까 했었는데
아내가 극구 말렸다. 너무 무리하면 안하니만
못하다며 하루쯤 그냥 쉬어가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아내가 고맙다.
그래,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내일 못한다면
모레 하면 되는 것이라 하며 푹 쉬기로 했다.
잔뜩 흐리긴 했지만 해질녘이라서 시원했다.
혼자 마당 한가운데 있는 야외탁자에 앉았다.
주변은 모두 내가 손수 기르며 애지중지하는
야생화를 비롯한 화초들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때가 되면 차례차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서를 지켜가며 꽃이 핀다. 백일홍, 원추리,
봉숭아, 루드베키아, 좁쌀풀꽃이 한창이다.
오늘 내일쯤이면 으아리도 꽃이 필 것 같으며
꽃몽오리가 맺히는 더덕, 잔대도 머잖아 예쁜
꽃이 피게 될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앞마당에
장독대를 옮겨놓은 게 가장 잘한 일이지 싶다.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간장, 된장, 고추장이
농익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건강을 위한
보물창고와 같은 것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겠지? 40년을 넘게 모든 장류는 아내가
손수 담가 먹는 것이라 늘 자랑스런 내 아내다.
어제 저녁무렵 혼자 마당에서 요즘에 흔히들
말하는 아무런 생각없이 멍때리기를 하다가
낮에 가져온 야외용 솔라 정원등이 생각났다.
식물원에서 함께 일하는 분의 권유로 샀는데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제대로 된 정원등 하나
사는 값으로 12개를 구입했으니 말이다. 집에
들어오는 입구부터 시작해 장독대앞을 거쳐서
앞마당까지 설치했다. 어두운 밤이 되자마자
불이 들어왔는데 땅바닥으로 은은하게 비춰
분위기가 그럴 듯했다. 아내도 좋다며 어떻게
흰머리 할배가 이렇게 멋진 인테리어 센스를
생각해 냈냐고 하면서 웃었다. 누가 보면 별 짓
다한다고 하려나?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들이
좋으면 되는 것이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