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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장마철에 이게 어디야? 

 

2024년 7월 20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닷새 보름날 

 

장맛비와 함께 시작한 7월, 

어느새 내일이면 하순으로 접어든다. 

장마는 앞으로도 거의 하순까지 오락가락, 

왔다갔다 반복할 모양이다. 이젠 비가 지겹다. 

그 옛날에 우리 조상님들은 음력 유월 보름은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 라고 해석되는 

'유두절(流頭節)'이라 하여 즐겼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이미 사라지고 잊혀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우리 전통 세시풍습이 

있었구나 하는 것 쯤은 알고 있어도 되겠지? 

 

어제 하루 주춤했던 장맛비가 다시 북상하여 

오후부터 또 내릴거라는 날씨예보,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좀 틀리고 

안맞아도 좋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 산골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시작 

한다. 어제는 모처럼 환한 햇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동녘 하늘에는 안개 사이로 

해가 뜨는 것 같다. 한 줄기 밝은 빛이 보인다. 

비소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냥 이대로 

였으면 좋겠구만! 아침부터 꽤 후덥지근하다. 

기온은 19도인데 한낮에는 꽤 더울 모양이다. 

 

도라지밭이 어쩐지 거들떠 보지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밭이 꼴이 아니다. 도라지밭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나마 도라지꽃이 예쁘게 핀 

모습이라 도라지밭이구나 하게 된다. 신경을 

너무나 안쓴 것 같아 녀석들에게는 미안하다. 

잡초를 잡아주긴 해야 하는데 너무 무성하여 

엄두가 안난다. 그냥 저렇게 놓아두면 자연산 

도라지가 되지않을까? 게으름 피우다가 시기 

놓친 촌부의 말도 안되는 엉뚱한 상상이면서 

어쭙잖은 변명이다. 백일홍 꽃잎 위에 나비가 

앉아 꿀을 따는 모습이 너무 보기좋은 산골, 

이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여름날이다.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엄청 푸짐하다. 요근래 

들어 가장 많이 채웠다. 오이, 호박,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풋고추 두 종류, 상추, 들깻잎을 

조금씩 따고 뜯었더니 이내 한가득이 되었다. 

오이수확은 이미 목표량 초과달성을 했단다. 

지금부터는 익혀 노각으로 만들어 볼까싶다. 

그래도 많이 열리면 나눔으로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끌탕을 하더니 오이덩굴에겐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나 뭐라나? 호박은 지금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수확기다. 하루가 멀게 

몇 개씩 열려 따게 된다. 그렇다고 허구헌날 

호박 반찬만 해먹을 수 있겠는가? 이 호박도 

오이와 더불어 나눔으로 보람을 찾아야겠다. 

장마철에 상추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보람된 것이다. 요즘 상추값이 엄청 비싸다고 

한다. 그런 상추를 우리는 맘껏 먹을 수 있어 

남다른 즐거움이요, 기쁨이요, 보람인 것이다. 

아내 말을 빌리면, "장마철에 이게 어디야?" 

 

저녁밥상은 우리 밭에서 따고 뜯은 채소들로 

차렸다는 아내, "고생했는데 풀떼기로 밥상을 

차려 미안하구랴! 그래도 몸에 좋다고 하니까 

이것저것 정성껏 차렸으니 많이 드시구랴!"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을 손수 쑤어 오이, 청양 

고추 썰어넣고 요즘 비싼 김을 부셔넣은 다음 

시원한 육수를 만들어 부은 묵사발을 만들어 

올렸다. 꽈리고추찜, 새우젓으로 호박을 지져 

놓았다. 하일라이트 특별식은 우리 밭에서 

나온 온갖 채소를 채썰어 아내가 손수 만든 

무우쌈, 땅콩소스와 차려놓았다. 음식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텃밭채소 무우쌈이란다. 정말 

맛있다. 길러먹는 재미, 손수 만든 보람까지 

느끼게 된다는 아내의 밝은 미소까지 더하여 

너무 멋지고 정말 맛있는 산골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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