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맛비 추적거리는 산골
2024년 7월 18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사흗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던 어제의 날씨예보는
빗나가 다행이구나 싶다. 비가 많이 내릴거란
예보가 안맞기를 바라는 요즘 촌부 마음이라
기상관계자들에겐 예보가 틀린다고 가타부타
질타를 했던 것이 많이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어제 오후부터 밤을 거쳐 이른
아침까지 주춤했던 장맛비가 또다시 추적추적
하염없이 내리는 산골이다. 어제는 수도권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퍼부어 피해가 많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기상학자의 자세한 설명이 있었지만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딱히 알아야할 필요가 없어
그런 것이겠지?
이른 아침 기온은 23도, 장맛비 영향 때문에
너무 축축하고 정말 눅눅하고 참으로 습하다.
제습기 물통에 고이는 물을 연신 비워야한다.
거세게 내리는 비 뿐만아니라 바람도 거세다.
현관앞 장독대 입구에 더덕덩굴, 매꽃덩굴을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파고라가 비스듬하게
쓰러지는 것 같았다. 비바람에 무게를 못이겨
금방이라도 자빠질 것 같았다. 머잖아 피게 될
더덕꽃, 지금 피고 있는 매꽃과 함께 어우러져
멋진 모습이 되면 우리집에 들리시는 분들의
포토존이 된다. 부랴부랴 1.8m 짜리 지지대
2개를 양쪽에 받춰 세워놓았다.
거세게 몰아치는 장맛비는 우리네 사람들은
겁이 나고 싫어하지만 야생초를 비롯한 온갖
화초들은 우리와 달리 즐기는 것 아닌가 싶다.
거센 장맛비에도 아랑곳없이 예쁜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백일홍, 좁쌀풀,
노루오줌풀, 매꽃, 오레가노, 원추리, 봉숭아,
루드베키아, 동자꽃 등 여름꽃이 서로 앞다퉈
피고지는 이 산골은 장마철의 지루함을 달래
주는 아름다운 동반식물들이 있어 너무 좋다.
이 장마철에 기쁨과 보람을 안겨주는 농작물,
바로 오이다. 오이가 열리지 않는다며 걱정을
했었는데 뒤늦게 주렁주렁 열리고 있어 따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조선오이라서 조금
작은 크기지만 맛은 좋다. 하루에 20~30개
수확을 하다보니 오이를 참 좋아하는 아내가
생각했던 목표량을 초과했다며 싱글벙글이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수확이 이어지면 나눔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해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의 농사는 우리가 먹는 것보다도 나눔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파는 농사를 짓는 것
아니라서 나눔으로 보람을 찾는다고나 할까?
어찌되었거나 촌부의 자연마트 장바구니는
오늘도 오이와 호박이 주종목이 되었다.
장맛비 내리는 날이라고 빈둥거리다보니 또
늦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 비피해는 없냐며
여기저기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문자의 답을
하느라 일기를 올리는 것도 깜빡하고 말았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아무런 생각없이 실컷
놀아야겠다. 앞으로 한 열흘 가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