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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나무작업을 재개했는데... 

 

2024년 7월 17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이튿날 

 

어제 저녁무렵에 시작한 산골의 장맛비는  

밤새 내렸고 지금까지도 꽤 거세게 내린다. 

이번 비는 열흘 가까이 내릴거라는 예보다. 

이미 거쳐온 고향 남해는 207mm가 내려 

곳곳에 침수피해가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뿐만아니라 남녘을 비롯하여 북상을 하면서 

국지성 호우, 게릴라성 호우로 많은 지방에 

장맛비가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겪는 장맛비, 

모두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하늘은 너무 무심하게도 그냥 두지를 않는다. 

애써 지은 농작물을 못쓰게 만들어 망연자실, 

생활터전을 휩쓸어 아연실색을 하게 만든다. 

우리들이 자연재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미리미리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느닷없이 쏟아붓는 장대비를 피할 수 없으니 

안타깝기가 짝이 없다. 원망스런 하늘이다. 

부디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혹여나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복구가 

하루빨리 원만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촌부의 일상으로 돌아가 본다. 

장맛비가 내려 그런지 예보상으로 여느 날과 

달리 기온차가 별로 나지않는다. 아침 기온은 

21도인데 한낮에도 23도에 머무를 것이란다. 

장마철에 비가 문제이지 기온이야 이렇든지 

저렇든지 상관할 바는 아닌데 말이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 일을 못하니 그게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오늘은 식물원에 일하러 가는 

날인데 비가 많이 내려 일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닐까? 비내리는 날 무슨 일 할까 궁금하네. 

 

꺼내고 

싣고 

나르고 

던지고 

굴리고 

다시 싣고 

나르고 

내려서 

쌓았다. 

 

느닷없이 쌩뚱맞게 무슨 말을 하느냐고? 

언덕배기 산기슭에 잔뜩 잘라놓은 장작용 

나무작업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한여름에 

그것도 장마철에 땔감용 장작 마련을 위해 

나무작업을 하고 있는 촌부의 엉뚱한 모습, 

'이게 촌부 일상이요!' 하면서 쓰는 일기다.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기온도 그다지 높지않았다. 

나무작업을 하기엔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아 

낫과 물을 담은 텀블러를 갖고 손수레를 끌고 

비탈진 산기슭으로 갔다. 우선 부쩍 자라버린 

풀과 잡목을 모두 낫으로 쳐서 길을 만들었다. 

지난 봄날 장작크기로 토막을 내놓은 나무가 

군데군데 풀섶에 덮여있어 보일듯 말듯하다. 

풀섶에서 나무를 꺼내 손수레에 싣고 비탈진 

길 윗쪽에 세워놓고 나무를 하나씩 꺼낸 다음 

통나무는 굴리고 통이 좀 작은 나무는 던졌다. 

그렇게 하기를 반복하며 두어 시간 작업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쉬엄쉬엄 시원한 

물을 마셔가며 일을 했다. 이 세상에 이만하게 

힘들지 않은 일이 있겠는가? 비록 몸은 힘이 

꽤 들지만 마음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늘 그랬듯이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즐기며 

일을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렇게 하다보면 

이 여름이 다 가기전에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늦은 오후에 일을 했기에 

이내 날이 저무는 것 같았다. 마무리 작업으론 

손수레에 쪼개지 않아도 되는 나무만 골라서 

싣고 장작집으로 향했다. 더운 날에 작업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고생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나온 아내와 함께 장작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장맛비가 시작되어 

또다시 한동안 멈춰야만 하는 나무작업이다. 

 

수영장 뒷쪽 밭에 간 아내가 상추와 들깻잎을 

뜯고 있었다. 저녁 메누는 상추, 들깻잎 쌈인가 

싶어 촌부는 풋고추 몇 개를 따서 손에 쥐었다. 

아내가 먼저 들어가고 밭을 한바퀴 휙 돌아본 

다음 집에 들어갔다. 음식 냄새가 아주 좋았다. 

고생했으니까 고기반찬으로 불고기를 했단다. 

어쩐지 상추와 들깻잎을 뜯더라니? 그뿐인가? 

촌부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꽈리고추찜, 시원한 

오이지냉국까지 차려놓았다. 이 정도 밥상이면 

산골밥상 치고는 훌륭한 밥상이 아니겠는가? 

상추, 들깻잎에 불고기와 쌈장을 얹어 한볼테기 

거기에 풋고추까지 베어 물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아니구나! 쏘맥 한잔 들이키고 안주로는 

꽈리고추찜에다 오이지냉국 냉국 한 스픈이면 

너무 맛있고 좋아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산골 

아낙표 산골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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