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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자연마트 장바구니 등장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초엿샛날 

 

안개가 자욱하긴 하지만 빗물 머금은 모습의 

농작물도, 온갖 야생초도 싱그럽게 보여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 아침나절에는 모처럼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온 햇살에 파란 하늘을 

보았다. 햇살도 좋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푸르디푸른 하늘을 볼 수가 있음이었다. 

지루한 장마철이라 맑은 날을 볼 수 없어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낮에는 다시 잔뜩 흐린 

하늘에서 오락가락 이슬비를 뿌리더니 거의 

해질녘에는 단시간에 20mm 남짓 엄청나게 

거센 폭우를 쏟아부었다. 다행히도 잠시잠깐, 

이내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춰 장관을 이룬 

하늘을 보게 되었다. 우주의 연출이었을까? 

아님 자연의 경이로운 조화였을까? 볼만했다. 

오늘은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인 듯하다. 늦은 

오후에 또다시 소나기 소식이 있긴 하지만... 

아침 기온은 18도에 머문다. 꽤 습하긴 해도 

무덥다는 느낌이 없는 장마철, 쏟아지는 거센 

폭우에도 야생초는 꽃이 피더라! 

 

드디어 옥수수 수술, 개꼬리가 나왔다. 반갑다. 

머잖아 수정이 되어서 옥수수가 열릴 것이다. 

올해 처음 고추 대신 큰밭에 옥수수를 심었다. 

자못 기대가 크다. 촌부보다 산골 아낙, 아내가 

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침마다 밭길을 따라 

운동을 하면서 아내는 이렇게 말하곤 한단다. 

"얘들아! 쑥쑥 자라서 튼실한 옥수수가 열려 

 고춧가루 사먹을 수 있게 해다오. 기도할께!" 

아내의 부푼 기대, 작은 소원이 이루어 질 수 

있게 거름을 주어야겠다. 지금껏 파는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를 지어왔다. 결국 

많은 양을 수확하게 될 옥수수는 팔아야만 할 

것 같아 24년만에 처음 파는 농사를 짓게 된 

산골 부부는 오늘도 옥수수밭을 거닐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왜 그런 것인지 그 원인을 모르는 채 노심초사 

오이가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오이넝쿨을 

들춰보곤 했다. 드디어 오이가 열리기 시작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잠시 고개 내민 

햇살에 벌들이 날아와 날개짓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꽃 저 꽃 다니면서 수정을 돕는 

것이다. 벌들이 듣는지는 모르지만 고맙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꽤 

자란 것도 있고 끝에 꽃이 달려있는 아주 작은 

녀석들도 많이 보인다. 오이가 보인다는 말에 

미소를 띄는 아내의 모습 또한 보기가 좋았다. 

농사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끌탕을 했는지 원~ 

 

드디어 올해도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등장했다. 

매미가 울어대는 날을 맞춰 짜잔하고 나왔다. 

이른 아침 밭에 나가보니 이것저것 수확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띄어 들어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밭으로 나가 한바퀴 돌았다. 가지를 따고 

호박도 따고 브로콜리도 한 송이 꺾고 세 종류 

고추(청양, 롱그린, 꽈리)도 조금씩 땄다. 아직 

제대로 익은 것이 많지는 않지만 방울토마토도 

따다. 둘째네와 조금씩 나눴다. 흔히들 하는 말,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 욥기 

8장 7절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종교가 달라 

성경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말은 일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라 이따금씩 인용을 한다. 

그 말씀이 맞다. 지금은 비록 미약해 장바구니 

밑바닥이 보이지만 머잖아 가득차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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