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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내 멋대로 산다. 


2024년 7월 10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초닷샛날 


언제쯤 햇볕 구경을 하려나?  

폭염이라며 덥다고 그렇게 투정을 부리더니 

장마철이라서 햇볕을 볼 수 없으니까 햇별이 

그립기도 하고 더워도 좋으니 보고싶기도 한 

것이 촌부의 그리움이요, 바람이기도 하다. 


밤새 23mm의 비가 내렸단다. 기온은 19도, 

장맛비는 지금껏 내린 것도 모자라 하루종일, 

내일, 모레까지도 오락가락 반복할 모양이다. 

그나마 내일과 모레는 간간이 햇볕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날씨예보가 반갑기도 하다. 

햇볕을 볼 수 있다고 좋아하며 반기는 사람은 

이 촌부 뿐일까? 설마 이 장마철에 그럴라고? 

아마 촌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도 많을게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도 비가 내려 눅눅하다. 

이른 아침 기온은 19도, 어두컴컴하지만 늘상 

하는 습관이고 버릇이라 우산 바쳐들고 밭을 

한바퀴 돌아보고 들어왔다. 일을 나가는 날은 

아침이 바쁘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그래서 아침이 바빠도 기분은 좋다. 


아침엔 창문부터 열어젖히며 하루를 시작한다. 

며칠전부터 창밖엔 하얗고 자그마한 꽃송이로 

핀 으아리꽃 넝쿨이 반기며 인사하는 듯하다. 

봄부터 지지대를 세워 넝쿨이 올라가게 해놓은 

보람을 느낀다고 할까? 우리도 보고, 둘째네도 

볼 수 있어 서로서로 좋다. 자연스런 꾸밈이다. 

자연스런 조경은 우리 단지 전체의 모습이 다 

그렇다고 할 수가 있다. 가능한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에 약간의 손을 보는 것만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게 더 좋다고 하는 촌부더러 혹자들은 

게으른 사람의 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좋아 하는 것을 

그 누가 간섭하며 말리겠는가? 쓰러지고 늘어 

지는것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자연스런 

조경 방법이니까... 


어제도 그런 일을 했다. 일이라기 보다는 취미 

활동을 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밭가에서 

자라는 잔대, 개미취, 달맞이꽃 같은 야생초는 

꽃대가 나와 비바람에 자빠지고 쓰러지고 있다. 

그냥 베어버릴까 하다가 봄부터 지금까지 꽃을 

피우기 위해 모진 풍파를 견디며 자랐을 텐데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낀다는 사람이라면서 

그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고추대와 고추끈으로 

쓰러지고 자빠진 녀석들을 일으켜 세워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냇가로 내려가는 길목에  

으아리와 더덕 덩굴이 늘어져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것 같아서 나무와 지지대에 고추끈을 

묶어 그 위에 덩굴을 올려놓아 마치 터널처럼 

만들었다. 머잖아 으아리꽃과 더덕꽃이 피면 

꽃터널이 될 것이라며 아내의 칭찬이 자자해 

어깨가 으쓱했다. 우리의 조경 자재는 대부분 

지지대로 쓰이는 고추대와 고추끈이 한 몫을 

톡톡히 한다. 그래서 우리 단지에는 여기저기 

고추대가 많이 서있는 것이다. 


장맛비가 주춤한 사이에 아내가 장아찌 담글 

풋고추를 조금 따다 주었으면 했다. 밭에 나가 

큼직한 것만 골라 따다 주었다. 아내의 방식은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인 간장으로 담근 장아찌, 

맛이 아주 좋아 먹어본 이들은 모두들 좋아라 

한다. 이렇게 몇 번을 더 담글 것이다. 그 외에 

온갖 채소들이 아내의 손을 통하여 장아찌로 

변신을 한다. 장아찌를 맛있게 잘 담그는 아내 

덕분에 사시사철 반찬 걱정은 없다.  


참, 어제 저녁 맛있게 먹은 것도 써야겠구나! 

처제가 두부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며 갖고 

왔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버섯을 

비롯한 온갖 채소를 잘게 썰어얹은 것 같았고 

아주 특이했다. 맛 또한 특별했다. 참 좋았다. 

아내가 만든 고향 남해 경상도식 서대조림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산골 아낙 자매의 

요리를 안주삼아 들이킨 쏘맥 석 잔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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