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집 마당은 풀밭 아닌 꽃밭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초나흗날
5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이 무슨 놈의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른 아침 산골집 까만 슁글 지붕은
옅은 서리가 내려 하얗게 변해버렸다.
영상 4도의 기온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이놈 촌부가 사는 이곳 설다목 산골은
너무나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곳이다.
5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꽃과 서리가
함께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오늘은 또 비소식이 있다.
봄날에는 분명 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이른 아침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농작물 모종을 밭에 내다심을 수가 없음이다.
그래서 서리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가 먼저 내릴 모양이다. 모종을 심은 뒤에
비가 내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순서인데...
그저 하늘의 처분만 바라고 있는 촌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현상은
농작물과는 달리 야생초는 너무나 다른 모습,
내리는 서리에도 아랑곳없이 잘 자라고 있다.
촌부는 야생초를 잡초와 야생화로 차별한다.
그러다보니 산골집 마당은 나름 가꾸긴 하지만
야생화들만 골라서 차별하여 기르는 풀밭이다.
남이 보면 풀밭이요, 내가 보면 꽃밭인 것이다.
얼핏 대충 봐서는 뭐가뭔지 모르는 것들이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잎모양이 다르고 꽃모양도
제각기 특이하게 다르다. 다른 꽃도 마찬가지로
기르고 가꾸는 매력이 있겠지만 경험에 의하면
야생화 만큼 흥미로움은 없고 오묘하고 신기한
매력에 빠져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과연 앞마당에 기르고 가꾸는 야생화의 종류가
얼마나 될까? 지금껏 한번도 세어보진 않았다.
굳이 애써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었다.
다만 어느 구석에는 뭐가 있고 다른 구석에 무슨
야생화가 자라고 있는지 다 안다. 하긴 그리 넓은
마당이 아니니까 그 정도는 기억한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그렇지만 그 특성과 시기를 기억하는 것이 바로
야생화 공부인 것이다. 20여년 전엔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야생화에 대한 온갖 것들을 다 기억
하곤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관심도 많이
시들하여 이제는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렇긴 해도 야생화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지금껏 변함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앞마당을 풀밭으로 만들어놓고 꽃밭이라고 한다.
오늘은 무슨 꽃이 피었을까? 엊그제 우리집으로
이사온 복수초 세 그루와 깽깽이풀 너댓 무더기는
자리를 잘 잡았는지 살펴보러 나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