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열대야가 채가시지 않은 밤을 설렘과 이른 기상에 대한 부담까지 더하여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자명종 소리에 맞춰 잠을 깨었다. 3시. 아이들이 잠에서 깨지 않게 고양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 태릉역에 도착하니 김광남 안효직 부부가 먼저 와있다.12명만 탑승한 우리 2호차는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1호차를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눈 뒤 2호차 인솔대장인 총무와 전태완 그리고 몇 친구를 더 분승시킨 다음 묵호항으로 향했다. 한 시간 여 동안 이른 새벽잠을 불안한 좌석에 어슬프게 기대앉은 채 보충하고 우종익 부부가 기다리고 있는 문막휴게소로 들어서는데 부슬 부슬 비가 내린다. 이 무슨 요산회와 비의 기막힌 인연인지 불길한 예감이 잠시 스쳐간다. 대관령터널을 넘어서니 멀리 구름아래 수평선을 그으며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비는 그쳤지만 날이 흐려 해는 구름에 가려있다. 하나 둘 일어나는 부산한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망상의 길가 시골 음식점에는 작은 정원 연못을 가득채운 연꽃송이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선잠에서 깬 나그네를 맞이하고 공복을 채울 된장국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묵호항. 전에 보지 못했던 푸른 빛 거대 여객선 썬플라워호가 정박해 있고 동창회장 김기동과 일산 이규선 부부가 개별 출발하여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니 날씨는 흐리지만 물결이 잔잔하여 멀미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을 것 갔다. 여객선 1층은 승용차100여대를 실을 수 있는 넓은 화물칸이고 위층은 여객실이 있다. 전망 좋은 선수와 위층은 우등실로 되어있으며 총 900여명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파도에 못 이겨 회항했던 배와 비교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도동항 까지는 3시간 반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거대한 선체가 서서히 미끄러져 나간다. 좌우로 흔들리는 작은 흔들림만 없다면 배인지 육지인지 모를 정도다. 선미에서 바라다 보이는 묵호항이 점점 안개 속으로 사라지며 흐릿한 육지의 윤곽과 흰 꼬리를 남긴 뱃길만 길게 이어져 따라온다. 태완이와 나누는 따뜻한 커피 맛이 가슴을 녹여주는 사이 배는 먼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뚜우....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소리가 울릉도가 보인다고 한다. 희끄무레한 안개 속으로 검은 색 해안 절벽과 그 위의 푸른 산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네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는 울릉도 여행에 잠시 뭉클한 반가움이 가슴을 치고 오른다.
먼 뱃전에서 바라다 보이는 도동은 좌우 화산암봉과 높은 산을 뒤에 두고 찌부러들 듯 끼어 있는 형국이다. 어촌의 아늑함 보다는 척박한 곳에 억척같이 살아온 이곳 주민들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하다. 부두에는 여행사들 피켓이 늘어서 동남아 여행 때 보았던 풍경 그대로고, 보군여행사 가이드를 따라 들어선 바닷가로 부터 조금 떨어진 우리의 숙소 독도여관은 벌집을 연상시킨다. 여관 식당에서 가자미 구이와 미역 냉국에 쫓기듯 밥 한 공기를 말아 넣고 항구 우측 화산암을 쪼아 만든 산책길을 잠간 다녀왔다. 이곳도 비위생적인 포장마차 식 횟집이 2개나 있는데 너무 맑아 수심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이는 청정 바닷물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주제 넘는 걱정을 해본다. 우리 일행은 2개조로 나뉘어 일부는 관광을 하고 대부분은 성인봉 산행 길에 올랐다.
KBS송신탑까지 해발 400여 미터는 차로 이동하고 포장길을 100여 미터 오른 뒤 두어 채 민가가 있는 곳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후덥지근하지만 구름이 살짝 가려주고 있어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다. 잡목숲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도동항이 처음 들어설 때 보다는 정겹게 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산을 잘 다니지 않는 김기동 안재욱군이 앞서 간다. 의외에 놀라지만 그도 잠시뿐 대원사 가는 삼거리에서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구름다리가 있는 가로 가는 길에서 힘을 충전한다. 조금씩 고도를 더하며 안개구름 속으로 들어서고 길은 나선형을 이루며 오르다가 가로 지르기를 반복하면서 고비와 산죽, 물푸레나무가 우거진 숲과 어우러진다. 숨이 턱밑에 닿을 즈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능선안부에 오른다. 정상까지 거리가 1.1km와 0.8km로 각각 달리 표시된 두 가지 이정표가 서있는 곳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등대라 하는 곳이라 한다. 이곳부터는 비교적 평탄하지만 안개에 젖고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화산암지대를 덮고 있는 흙길은 많이 질척거리고 미끄럽다. 산죽 길 막다른 곳, 드디어 정상이다. 2시간 반은 족히 소요된 듯하다. 먼저 오른 친구들과 안개구름을 머리에 이고 정상주로 등정을 자축한다. 우리 땅 동쪽 끝 7번째로 넓은 섬 울릉도에 솟아오른 984m 성인봉. 광복절을 바로 넘긴 지금 독도 문제까지 시끄러운 이때 일정에 쫓겨 비록 독도는 못가지만 성인봉정상에 오른 감회가 남다르다. 먼저 오른 친구들은 하산을 시작하고 뒤쳐졌던 친구들도 속속 정상을 향해 한명의 낙오도 없이 오르고 있다. 요산회 파이팅!
바람등대를 지나 대원사까지 가는 길은 숯길 이라고 하는데 옛날 숯을 굽어 나르던 길이라고 한다. 내리막 중턱에 세워진 팔각정에 도착하니 구름을 빠져나온 맑은 하늘 아래 도동항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곳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이 도동항 뿐 이겠는가! 사람 또한 일면만을 보고 됨됨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를 때와 달리 도동(대원사) 방향으로 길을 바꾸어 하산하던 중 저동으로 갈리는 삼거리 산막에서 약초 달인 시원한 음료로 갈증을 풀고 대원사를 거쳐 도동 약소불고기 집에 도착하니 여섯시를 훌쩍 넘겼다. 김기동 회장이 찬조하고 몇 일전 이명박 대통령이 먹고 갔다는 약소불고기가 꿀맛이다. 여장을 숙소에 다시 풀고 삼삼오오 바닷가 횟집에 모여든 친구들은 밤이 늦은 줄 모르고 멀고먼 동해바다 파도소리에 젖어 들었다. 배상혁 친구 잘 먹었다네.
(둘째 날)
어제는 두 팀으로 찢어져 이산가족이 많았는데 오늘은 두 대의 미니버스로 나리분지까지 다녀오는 관광길이다. 취한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와 좁은 방의 열기 때문에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려 했지만 오늘도 구름이 방해를 한다. 서쪽 화산암벽 길을 따라 해맞이길 까지 왕복 약3km에 이어진 수려한 풍경만 둘러보고 아침을 끝낸 뒤 서둘러 관광에 나섰다. 버스기사의 욕인 듯 아닌듯한 말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고 88도로를 넘어 공사가 한창인 사동 항으로 넘어간다. 독도에 가는 배가 출항을 하는 곳으로써 관광지구 공사가 한창이다. 기사의 입담은 농도를 더해가고 특유의 억센 억양으로 안내멘트가 쏟아진다. 독도는 도둑 공해 뱀이 없는 삼무도이며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은 오다도라고 한다. 산속에 뱀이 살 수 없으니 성인봉에 그렇게 많은 쥐가 들끓었나보다. 해안 험준한 곳은 터널을 뚫고 편도차선의 굴과 길은 신호등으로 교차하고 있다. 화산암은 해안을 따라가며 거북형상을 한 거북바위 투구봉 사자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 괴석을 만들었으며, 특이하게 생성된 황토 굴은 울릉도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어 옛날 조정에서 관리를 파견 하고 돌아올 때 향나무와 함께 증거물로 휴대하는 물품의 하나였다고 한다. 길가에는 이곳 특산물인 부지깽이 나물이 많이 심어져 있고 1년에 세 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며,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비탈 밭은 모노레일을 설치 사람과 짐을 운반하고 있다. 송곳봉을 지나면 천부마을이 나오는데 울릉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개척민이 터를 잡았던 곳으로 건오징어로 유명한 곳이며 우측 산길을 올라 오늘 최종 목적지 나리분지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급경사 길을 20여분 에어컨까지 끄고 오르니 커다란 벌판이 몇 호의 너와집과 함께 나타난다. 400고지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 나리분지는 화산분화구로 민가가 있는 울릉도 유일의 평야이기도하며 물이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들었다가다른 곳에서다시 용출되는 특이한 지형이라고 한다 . 울릉도 어디서든 용출수가 끝없이 솟아올라 담수 걱정이 없고, 조금 전 지나온 추산수력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하용출수를 이용해 발전하는 곳이라 한다. 씨껍데기 술 한 잔에 알딸딸하게 취하고 도동항으로 귀항 1박2일의 울릉여정을 마무리한다.
김기동김영태이강희백용균안철웅이현철유수희양영호백인선배상혁김기성김용민한봉수양석근김국종안효직김광남이규선우종익부부와 멀리 포항에서 참석한 과메기 이평수부부 안재욱이제용김영식이종호강희관김관형이윤환전태완친구 모두에게 울릉도의 1박2일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조정애씨 잘 다녀 오셨남요!
울릉도 1박2일 여행기를 자세하게 남겨준 임창근 고문의 추억담에 감사!!
짧은 일정이지만 울릉도에서의 여행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으면 하네~~`
무사히 함께한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같이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큰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