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채소로 배를 채워 볼라우?
2024년 5월 7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삼월 스무아흐렛날
아침 기온 영상 9도,
사흘째 비가 추적거린다.
봄을 잠재우려는 비인지,
여름을 불러오려는 비인지는 잘 모르겠다.
뒤늦게 당도한 봄이었는덕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듯하다.
절기상 입하가 지났으니 여름이라 할까?
하지만 봄이다, 여름이다 속단하긴 이르다.
이 비가 그치면 서리가 내릴지도 모르니까.
이 산골은 이래저래 세 계절이 맞물려있다.
어제도 그제처럼
추적거리는 비와 함께 꽃비가 함께 내렸다.
떨어진 팥배나무꽃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집으로 올라오고 들어오는 길은 꽃길이다.
이 산골이 아니면 어디서 꽃길을 걸어볼까?
남다른 체험, 남다른 이색적인 길을 걸었다.
이틀째 비가 내려 아무일도 못했지만
그 대신 한가롭고 여유롭게 꽃감상을 했다.
아주 특이하게 생긴 박쥐나물 새싹이 돋고
이제서야 오묘하고 신기한 금낭화가 피었다.
흔하게 보이는 미나리냉이 하얀꽃도 예쁘다.
그 뿐만아니라 벌깨덩굴꽃도 한 몫 하고있다.
목공실 뒷편 시냇가 밭에는 머위가 꽤 자랐다.
머위를 보면 작고하신 어머님 생각에 울컥한다.
23년전에 어머님께서 머위 종근 몇 뿌리 심은
것이 오늘날 이렇게 많이 번식하여 한가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머위대와 잎을 듬뿍 잘라
엄니 식성 닮은 막둥이 여동생에게 보내야겠다.
비가 내려 아무일도 안하고 빈둥거렸는데
아내는 뭘 해먹일까 고민을 했다나 뭐라나...
"여보시오! 모처럼 채소로 배를 채워 볼라우?"
"뭔 말이고? 채소로 배를 채워보자니..."
"샤부샤부를 해먹자는 말이지, 그것도 몰라?"
"진작 그럴 것이지, 와 말을 돌려서 하노?"
"아따~ 척하면 알아야제, 뭔 말이 많을꼬?"
아내의 정성으로 만드는 샤부샤부는 거꾸로다.
끓여낸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를 살짝 데쳐 갖은
채소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가 해먹는 아내의 샤부샤부 조리법은 반대다.
한우곰탕 밀키트와 멸치, 디포리, 버섯꼬다리를
넣어 아내가 손수 만든 다시팩을 넣고 끓이다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청경채, 숙주나물 그리고
이번에는 곤달비잎을 추가하여 육수에 살짝 데쳐
아내가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다. 고기보다
채소를 많이 먹게 되는 우리만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먹는 건 아니다. 한우곰탕에
들어있는 소량의 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다음에
채소와 함께 먹으니까 육류 섭취도 하기는 한다.
그래서 아내가 채소로 배를 채워보자고 한 것...
아내는 소량의 밥으로, 촌부는 몇 잔의 소맥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하게 되는 샤부샤부 식사이고
남은 국물로 아침에 죽을 끓여주겠단다. 알뜰한
아내 덕분에 밀키트 하나로 두 끼를 해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