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죽기살기로 해야할 일은 아닌데...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삼월 초엿샛날
이른 아침 기온 영상 5도,
조금 서늘하긴 하지만 햇살이 참 곱다.
아마도 어제처럼 한낮에는 더울 듯하다.
계절은 분명 봄인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오지않을 듯이 잔뜩 뜸을 들이던 봄날은
이렇게 긴 겨울과 여름의 틈바구니에서
이래저래 몸살 앓듯 힘들게 오는 것인가?
불과 며칠 사이에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들이 촌부네 뜨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새 미치광이풀은 꽃이 피고 박새, 원추리,
매발톱꽃 새싹이 쑤욱 올라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레지도 어느새 흙을 비집고 나와
꽃몽오리 맺혔다. 할미꽃, 괭이눈, 현호색도
저마다 특이한 모습으로 꽃피워 뽐내고 있다.
봄이로구나, 봄...
봄이다, 봄...
어제 아침나절에 엔진톱을 들고 나섰더니
이서방도 엔진톱을 들고 산모퉁이로 나왔다.
둘이서 함께 간벌 나무 정리작업을 시작했다.
며칠 밖에 일을 나간 사이 이서방이 꽤 많이
나무를 잘라놓았다. 그 전에 한동안은 촌부가
혼자서 꽤 많이 정리를 해놓긴 했지만 한동안
어깨통증으로 일을 못했던 이서방과 둘이서
함께 정리하고 자르다보니 일의 진척이 무척
빠르다. 그렇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이라서
언제쯤 끝이 나게 될런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급할 것이 없다고 시나브로, 쉬엄쉬엄, 천천히
하다보니 더 그렇다. 이러다가 겨울에 시작한
일이 봄을 지나고 여름까지 가지않을까 싶다.
아침나절에는 그래도 선선하여 일하기가 좋다.
하지만 햇살이 퍼지면 이내 기온이 급상승하고
삐질삐질 얼굴부터 시작한 땀이 온몸을 적신다.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겉옷을 하나씩
벗어제끼다 보면 런닝셔츠만 입고 일하게 된다.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었는데 봄이 왔으니 이젠
할만하겠구나 싶었지만 그새 여름날처럼 덥다.
헉헉거리는 이서방을 내려보내고 조금 더 하고
일을 마쳤다. 더 일했다가는 무리가 올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온몸은 땀으로 샤워한 듯
땀범벅이 되어 비를 맞은 듯이 후줄근한 모습...
햇살이 조금 누그러진 늦은 오후에 다시 나가서
해볼까 하다가 막설했다. 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데 죽기살기로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 했던가? 사돈 따라 장에
간다' 했던가? 어제는 처제가 친구 아들 결혼식
참석을 해야한다며 수원에 가는데 언니도 함께
가서 친구들 만나면 안되냐고 하여 아내도 따라
나서 간만에 죽마고우를 만나고 왔다. 산골 아낙,
아내는 보고 싶어했던 친구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고왔다며 싱글벙글, 상기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군께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며 그 신세를
언제 갚아야 하느냐며 좋아했다. 자동차 나오면
올라가 감사의 표시로 대접을 하고오자고 했다.
처제가 함께 동행하여 준 언니가 고맙다고 하며
저녁을 사주었다. 이서방과 촌부는 '원님 덕분에
나팔 분다'는 속담처럼 맛있게 잘 얻어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