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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봄이로구나!

 

2024년 4월 4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이월 스무엿샛날

 

아침 기온 영상 8도,

지붕 위에 내리던 서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완연한 봄을 기대한다는 것은

조금 이른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산골에도 봄이 오는 듯하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거리던 어제,

비가 내리는 날에는 딱히 할일이 없으니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단지를 기웃거렸다.

어라? 머위꽃이 피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살폈더니 꽃만 핀 것이

아니고 그새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 아닌가?

순간 기쁜 마음에 "봄이로구나!"라고 외쳤다.

 

머위를 보면 7년전 작고하신 어머님 생각이

나고 5년전 때이른 나이에 홀연히 우리곁을

떠나버린 둘째 여동생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해진다. 밭에서 자라는 이 머위는 24년전

산골살이를 시작했던 그 이듬해 봄에 어머님이

머위 종근을 몇 뿌리 구해 오셔서 심어놓으셨다.

해가 갈수록 번식이 되어 목공실 주변이 온통

머위밭이 되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는 해마다

머위를 잎이 붙은째로 잘라 보내드리곤 했다.

어머님은 머윗대는 물론이고 머위잎을 정말로

좋아하셨다. 당시 어머님께서 하시던 말씀은

"큰아야! 머구 잘라 보낼때는 잎파리 떼지말고

붙은 그대로 보내라. 머구 잎파리를 데치갖고

쌈을 싸 묵으모 쌉싸름한기 참말로 맛있니라!"

라고 하셨다. 지금도 머위를 보면 그때 생각이

떠올라 울컥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천에

살던 둘째 여동생도 어머님을 닮았는지 머위를

엄청 좋아했다. 어머님 가시고 두 해 뒤에 그만

멀리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래서 머위를 보면

어머님 생각, 아우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울컥했던 마음 뒤로하고 명이나물(산마늘)밭에

가보았다. 비를 맞아 그런지 아주 싱싱하게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머잖아 잎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명이나물밭은 세 군데에 나눠져 있다.

십수년 전에 모종을 사다 심은 것이 지금 첫 번째

밭이다.  지난해 지인에게 100여 포기 분양으로

나눔했다. 또 포기나누기를 하여 옮겨 심은 것이

지금의 두 번째 밭이다. 세 번째 밭은 몇 해 전에

씨앗을 받아 번식을 시켜놓은 것인데 올해부터는

수확을 할 수 있지 싶다. 아마도 올해는 세 군데의

밭에서 뜯으면 꽤 많은 수확이 예상된다. 해마다

수확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기쁨을 누린다. 그동안

잎을 뜯어 여기저기 나눔을 하고 장아찌를 담가

이또한 여러곳에 나눔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명이나물 새싹을 살펴보니 새잎이 뜯겨

나간 흔적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고라니,

노루, 산토끼와 같은 야생동물 녀석들의 소행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여린 잎만을

골라 뜯어먹은 것으로 봐서는 고라니가 유력한

용의자이지 싶다. 이 고라니 녀석들은 특이하게

채소의 여린 잎, 새순만을 골라서 먹어치운다. 

그동안에 무우싹을 먹어치우기는 했지만 산나물

종류는 야생동물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

삐뚝바리(눈개승마) 새순을 다 먹어치워 수확을

한 잎도 못한 것에 이어 올봄엔 명이나물 새순을

조금 뜯어먹는 소행을 저지르고 있다. 아직 잎이

어려서 우리가 뜯어먹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데 야생동물들이 먼저 입을 들이대고 있어

은근 걱정이 된다. 농사 시작 전부터 그물망 치는

것은 어째 좀 그렇다. 그래도 걷어놓은 밭입구의

그물망을 서둘러 쳐놓아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설마 그새 다 먹어치우지는 않고 우리 먹을 것은

남겨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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