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정겹고 즐겁게 함께하는 산골살이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이월 열엿샛날
이제 3월도 하순의 중간쯤을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더디게 오는 것 같은
산골의 요즘이다. 그나마 한낮으로는 핫살이
좋고 기온이 올라가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 아침도 서리가 여전하지만
기온은 영상 4도에 머문다. 날씨예보에는 또
비, 진눈깨비, 눈이 섞여 내릴 것이라고 한다.
설마 지난번처럼 폭설이 쏟아지지는 않겠지?
이렇듯 산골의 겨울은 꼬리가 길고 그 반면에
산골의 봄은 하늘의 심술에 더디게 온다.
어제는 아침나절 한시간 가량 장작집 해체를
하여 나온 각종 부산물들 중에 쓸만한 자재를
따로 분류해 한곳에 옮겨 잘 보관을 해놓았다.
필요할땐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해놨다.
밭에 아무렇게나 너저분하게 놓였던 부산물을
모두 다 치워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아내도 한몫을 했다. 자잘한 것들을 손수레에
싣고 정리를 한 것이다. 그리고나서 장작집을
다시 지을 자리를 삽과 곡괭이로 기초작업을
할까 싶어 들이댔다. 허나 아직은 시기상조...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바닥이 덜 녹아 파지지
않고 삽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곡괭이질
해도 튕겨나올 지경이라 포기를 하고 말았다.
무슨 일을 할까 하며 망설이고 있을 그 무렵에
마을 아우가 전화를 주었다. 큰밭에 심으려고
부탁한 옥수수 씨앗이 나왔다면서 가져가라고
했다. 때마침 오후에 이장집에서 화목보일러용
나무를 잘라줄 예정이라며 그곳에 오라고 했다.
할 일은 있지만 급할 것이 없으니 모처럼 마실
나들이 삼아, 운동삼아 이장집에 걸어서 같다.
아우들 둘이서 엔진톱을 들고 참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둘 다 엔진톱 다루는 솜씨가 그야말로
대단해 보였다. 어찌나 능수능란하게 엔진톱을
들이대고 나무를 자르는지 한참을 지켜보았다.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자른 나무를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집의 장작은 난로용이라서
짧게 자르지만 이장네는 화목보일러용이라서
꽤 길게 자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무게가 많이
나가 무겁다. 둘이 엔진톱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자른 나무를 바로바로 치워주는 일인데
어찌나 무거운지 기술자들 보다 보조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 커다란 삼판 트럭 한 대 분량이라
엄청 많아 보였으나 베테랑 선수들이라서 이내
다 자르는 것이었다. 촌부도 품앗이 삼아 함께
열심히 도왔다. 이 아우들 둘이 얼마전 우리집
간벌작업을 해주었기 때문에 고마웠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셋이서 일을 마치고 데크에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멘토 아우가 집에 데려다 주었다.
씻고 나왔더니 이장 부인 송이 엄마가 전화하여
"큰 오라버니! 수고하셨어요. 함께 저녁 먹어요.
언니들, 작은 오라버니도 함께 대구뽈찜 집으로
5시반까지 꼭 오세요."라고 했다. 그러마 했다.
모처럼 함께 식사를 하다보니 학열 아우가 빠진
청바지클럽 모임이 된 것이었다. 대구뽈찜에다
소주도 두어 병 마셨다. 이서방이 술을 못마시고
송이 엄마 차와 두 대로 갔으니 걱정없이 아주
달게 먹고 마셨다. 그리고 나서는 둘째네 카페
'날으는 구름섬'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만나면 무슨 화제거리가 그리도 많은지? 너무나
화기애애한 그런 시간이었다. 산골살이를 하며
이렇게 정다운 이웃들과 이렇게 정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너무나 반갑고 고맙고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