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춘분(春分) 날의 폭설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이월 열하룻날
"세상에 이게 뭣꼬? 춘분(春分) 날에...
하늘이 돌았나, 미쳤나? 참 짖궂네!
겨울 끝자락을 붙잡는 것도 모자라서
폭설까지 쏟아놓는 심술을 부리다니...
아무래도 하늘이 단디 미쳤는갑다?"
어제 저녁부터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했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내린 눈이 폭설 수준이다.
남녘은 매화에 벚꽃까지 봄꽃이 만발했다는데
이 산골은 봄꽃은 커녕 하얀 눈꽃으로 덮였다.
눈꽃도 꽃이라고 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3월도 오늘로 중순이 지나고 내일이면 하순에
접어드는데 무슨 놈의 눈을 잔뜩 쏟아놓았을까?
이번 겨울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하늘의 심술이
너무너무 심하고 짖궂어 원망스러울 정도이다.
지난 24년 세월동안의 산골살이에서 눈이 너무
자주 많이 내리는 이런 겨울은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24절기 중 네 번째 드는 춘분(春分)이다.
춘분 무렵은 음과 양이 서로 반반이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며 추위와 더위도 같아진다고 한다.
춘분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날씨
또한 따뜻해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산골은 절기
하고는 영 다르다. 춘분 날에 폭설이 내려쌓이고
영하 5도의 기온을 기록하니 하는 말이다.
간벌 나무 정리작업 6일次,
어제 오전 작업복을 챙겨입고 나가려는데 아내가
"비나 눈이 내릴거라는데 또 나무작업 할랐꼬?"
라고 하더니 "오늘은 그냥 쉬는 게 좋을낀데..."
라고 했다. "놀모 뭐하노? 할만 할때 조금이라도
했삐야제! 비나 눈이 오모 며칠은 또 못할낀데..."
라고 답하고는 "물이나 좀 챙기주게!" 라고 했다.
"이서방이 받아놓은 고로쇠물 갖고가소!" 라면서
텀블러를 건네주었다.
전날 산기슭에서 꺼내 굴려놓은 나무가 꽤 많아
장작크기로 토막내는 엔진톱 작업을 하기로 했다.
우선 가는 나무부터 토막을 내고 차츰 굵은 나무
순서로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크기의 나무는 잘
잘랐는데 톱날이 마모가 되었는지 굵은 나무에서
제동이 걸렸다. 작업을 중단하고 줄로 체인톱날을
하나하나 갈아 날을 세워봤으나 그래도 잘 안되어
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두어 시간동안 꽤 했다.
단단한 아카시아나무와 굵은 오리나무 몇 개 남겨
두고 모두 잘랐다. 작업도구를 챙겨 들어오려는데
갑작스레 한겨울날 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이래저래 잘 되었다 싶어 오후에는 실컷 놀았다.
그나저나 눈이 잔뜩 내려 며칠은 작업을 못할게다.
요즘 눈이야 히마리가 없어 빨리 녹기는 하겠지만
아직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지않아 눈녹은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고 질퍽거려 위험하다. 노는
김에 그냥 마음놓고 푹 쉬기로 하자.
아랫녘 사람들은 봄꽃 구경한다는데
촌부는 눈꽃 구경하며 잔뜩 쌓인 눈이나
치우러 나가야겠다. 참, 난롯불은 지펴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