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우고 채우고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스무날
요즘 무슨 연유에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초저녁 잠이 많아진다.
낮으로 힘든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수면부족을 느끼지도 않는다.
예전에 어르신들께서 흔히 하시던 말씀,
"늙으면 잠이 없어..." 라는 말과는 다르게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초저녁 잠이 많아진다.
어느 의사가 방송에서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수록 초저녁 잠이 더 많아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어쩌면 그 말에
위안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일찍 자다보니
중간에 잠시 깨기도 하지만 또다시 숙면에 든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오히려 예전보다 수면시간이 늘었다.
젊어서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을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침 기온이 두 자릿수로 며칠은 갈 것이라고
했던 예보는 빗나갔다. 곤두박질하여 영상 3도,
꽤 쌀쌀한 아침이다. 주말내내 비소식이 있다.
비가 내리든 말든 별 상관할 바 아니긴 하지만
이 시기에 내리는 비는 기온만 떨어뜨리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농사철이 아닌 이때 비가 내리는
것은 싫다. 농한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런저런
할 일은 많다. 여러날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니
그 일은 자연스레 뒤로 미뤄지게 되어 하는 말...
이 계절, 이 시기는 정리하고 비우는 때이다.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하는 것이 성격상 속이 편하다.
더덕, 으아리와 같은 덩굴식물들의 마른 줄기를
정리하여 걷어내고, 불과 얼마전까지 꽃이 피어
있던 메리골드 꽃대도 잘라 그 자리에 자빠뜨려
놓았다. 미처 꽃씨를 받아놓지를 않아 그 자리에
베어 눕혀 놓으면 봄에 싹이 트지않을까 싶어서
인데 게으른 촌부의 어쭙잖은 변명이다. 하지만
더덕씨앗은 받아놓았다. 메리골드 보다는 더덕이
훨씬 더 소중한 작물이니까...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오기 전까지 시나브로 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 일 또한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겨울날 눈이 오거나 추워지면 장작집을
오가는 것이 귀찮고 성가셔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장작집에서 잘 마른 장작을 다용도 창고로 옮겨
쌓아놓는 일이다. 예전 리조트에서 일을 하던 때
버려진 플라스틱 운반상자를 주워다 재활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장작을 나르는 용도로는 딱이다.
무겁게 담을 필요없이 알맞게 담아 나르곤 한다.
급할 것이 없으니 쉬엄쉬엄, 오늘 못하면 내일,
내일 못하면 모레... 그래도 이 일은 즐겁게 한다.
바깥쪽 장작집은 비워지고 안쪽 다용도 창고에는
장작으로 채워진다. 비우고 채우고, 아주 단순한
일에서 뭔가를 느끼고 뭔가를 배운다고나 할까?
비워야 채워진다고...
며칠전 아내가 사온 들깨를 읍내 방앗간에 나가
들기름을 짜왔다. 들깨 6.5kg이 들기름 6병에
쬐끔 더 나왔다. 덜 나온 것인가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거의 대부분 이 정도쯤 나온단다.
시중에서 사먹는 들기름을 못믿는 것은 아니지만
들깨를 방앗간에 가져가 들기름을 짜오는 것이
가장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아내의 생각이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벌써 느껴지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