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들깨와 양파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열여드렛날
어느새 11월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한 장의 달력을 넘겼다.
열두 장 중 열한 번째가 나왔다.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아따야! 우째 이래 세월이 빠르노?"
내 마음의 세월 흐름 속력은 68km,
속절없이 먹은 나이가 많아 그런갑다.
내년이면 70이 코앞이라...
가는 세월,
뉘라서 잡을 수가 있겠는가?
갈테면 가라고 놔두는 수 밖에...
젊은 시절엔 잰걸음으로 종종거렸지만
이젠 느릿느릿 터벅걸음으로 걷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가 아니니까,
양옆도 살펴보고 이따금씩 뒤도 돌아보며
뒷짐지고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가고 싶다.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맞으려나 보다.
기온도 쑤욱 올라가 영상 6도에 머물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시어머니 얼굴이다.
비소식 달갑잖은 촌부의 인상도 그렇겠지?
그래봐야 제 속만 박박 긁고 할퀼테니
막설하고, 비가 내리면 부침개나 부쳐 묵자!
이제 그만 오늘의 화두,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아내가 들깨 6.5kg을 사왔다.
아내를 언니라고 부르는 절친한 분,
촌부를 형부라고 부르며 챙겨주는
이웃 마을에 사시는 분의 소개로...
농사를 짓는데 들깨를 왜 사먹냐고 하겠지?
우리는 들깨를 심어 들깻잎을 따먹긴 하지만
들깨 수확은 하지는 않는다. 들깨 수확할 만큼
심지도 않을 뿐더러 한 말 이상 수확하려면 꽤
많이 심어야 한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위치상
산중턱이고 들깨가 익기 시작을 하면 산새들이
몰려와 먼저 들깨를 다 쪼아 먹는 바람에 막을
재간이 없어 잎파리를 따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언젠가 어느해 들깨를 심어 꽤 많이 수확하기는
했으나 한 말이 안되면 들기름을 짤 수가 없다고
하여 그 이후론 사먹는다. 지난해 들깨 한 말을
구입하여 들기름 짜서 둘째네와 나눠 먹고 있다.
올해도 그러려고 믿을 만한 곳에서 구입했단다.
우리 부부는 양파를 상당히 좋아하고 꽤나 많이,
자주 먹는 편이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양파는 항상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아내의 생각,
그 생각대로 늘 적당하게 비축을 해놓고 먹는다.
우리는 지금껏 오대산 밑자락 진부 양파를 사다
먹는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주로 사는 단골집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 올해부터 장사를 안하다고
했다. 두 분이 연세가 들어 도저히 농사가 버겁고
힘에 부쳐 장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생각컨데
아내가 이 집 아주머니와 알게 되고 양파를 비롯
채소를 구입하게 된 것은 십수년이 넘었지 싶다.
아내는 한번 믿고 거래를 시작하면 변함없이 꼭
그 집을 가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면 서로 친분이
쌓이고 서로 믿는 마음이 생겨 구입하는 아내가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덤을 주기도 하고
때론 가격도 깎아주는 경우가 많이 있기도 했다.
어제 오후 겨우내 먹을 저장성 좋은 진부 양파를
구입하러 갔다. 새로 단골을 정해야 했기에 그 집
부근을 지나가는데 아주머니께서 나와 일을 하고
계셔서 인사라도 하고 오려고 자동차를 세웠다.
우리를 알아보시고는 어찌나 반가워 하시는지?
아쉬운 마음을 서로 전하고 받았다. 인사를 하고
오려는데 아내에게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하며
다듬고 있던 대파를 비닐봉지에 조금 담아주시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시는 듯했다. 조금이지만 받은
대파는 아주머니의 마음을 받았기에 뭉클하다는
아내는 우리는 드릴 것이 없어서 어쩌냐고 했다.
비록 거래는 없더라도 월정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지나며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하는 아내의 마음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아쉽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우리가 드라이브 삼아
다니는 주변 풍광이 좋은 국도를 달려 집에 왔다.
반가운 책선물이 와있었다. 아직 일면식은 없지만
고교선배님께서 운영하시는 밴드에서 소통하며
친분을 쌓아온 소설가 김순조 작가님께서 펴내신
포토에세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셨다.
전화를 드려야 마땅함인데 대신 카톡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책선물 감사하며, 잘 읽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