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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엉뚱하고 어리석은 짓

 

2023년 10월 30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열엿샛날

 

이제 10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일이 지나면 또다시 달력 한 장을 넘겨야 한다.

시간의 빠름, 세월의 흐름, 계절의 변화에 너무나

민감한 것은 아닐까? 유독 나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텐데... 아마 겨울을 싫어하는 촌부라서

더 그렇게 느끼고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단풍나무 빨갛게 물든 잎을 보면 아직까지 가을이

머무르고 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뚝 떨어지고 지붕에 하얗게

내려앉은 찬서리를 보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이

감지된다. 이 시기, 이 산골은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음력 구월 보름달도 넘어가는 것이 아쉬운 모양,

아침까지 빛을 발하며 떠있다. 일출 시간까지는

저렇게 떠있을 테지만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다.

어쩌면 달이 쓸쓸한 것이 아니고 달을 쳐다보는

이 촌부가 쓸쓸함을 느낀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밝은 보름달을 내 마음으로 끌어들여 보고싶다.

아침부터 무슨 신세 한탄에 신세 타령인지 몰라?

 

어제는 엉뚱한 짓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아침나절이 지나자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좋은 날씨였다. 전날 김장을 해치워 딱히 할 일

없어 집안에서 빈둥거렸다. 문득 뭔가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불쏘시개로 쓸

자잘한 나뭇가지 잘라놓은 것이 생각났다. 지난

초봄에 잘라놓고 커플룸 주차장에 그냥 방치해

이따금씩 이서방이 카페 벽난로에 장작불 지핀

것 외는 쓸 일이 없었다. 얼마전 영하로 내려간

날에 난롯불을 지피려는데 불쏘시개용으로 쓸

나무가 없었다. 그날은 대충 피우기는 했었는데

겨우내 난롯불을 지피려면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한다. 다용도 창고에 불쏘시개 보관하는 커다란

플라스틱통이 비어있어 채워놓아야 하는 것...

 

그러려고 내려갔는데 불쏘시개용 나뭇가지보다

지난 초봄에 쪼개다가 포기하고 방치해둔 지름이

족히 50cm는 될 듯한 꽤 커다란 낙엽송 밑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끼, 해머 그리고 엔진톱을

꺼내와 쪼개려고 했다. 워낙 단단하여 도끼질이

안되어 별 짓을 다했다. 우선 엔진톱으로 나무결

방향에 따라 대충 도끼가 들어갈 흠집을 낸 다음

도끼를 힘껏 찍어 해머로 내리쳐서 쪼깼다. 통이

약간 작은 것 두 토막은 겨우겨우 쪼개긴 했는데

나머지 반 토막, 가장 큰 토막을 쪼개려고 도끼를

흠집에 박아놓고 해머로 내리쳤는데 그만 자루가

부러져 버렸다. 해머 자루를 약한 나무로 한 것이

문제였다. 갑작스레 자루를 만들어 끼울 수 없어

포기하고 가만히 보니 엔진톱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생각을 바꾸면 뭔가 된다는 원리, 해보자!

 

늦은 오후, 다시 내려가 그 일을 시작했다.

장작을 쪼갤 것이 아니라 난로에 들어갈 만큼씩

엔진톱으로 얇게 토막을 내면 될 것 같았다. 워낙

통이 굵은 밑둥이라 얇게 토막을 내는 것도 쉽진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워 그 일에 집중을 하느라

누가 오는지 가는 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가장

커다란 나무 밑둥 토막을 엔진톱으로 반으로 켜

조금씩 얇게 토막을 내려고 하는데 마을 아우가

김장을 했다며 맛보라고 두어 포기씩을 비닐팩에

담아왔다. 촌부가 하는 짓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형! 왜 그 고생을 하고 있어? 산에 가면 자빠져

널부러져 있는 나무가 사방에 지천인데... 그 짓,

때려치우시오!"라고... 

 

뭔가 꽂히면 끝장을 내려고 하는 촌부의 생각이

한순간 엉뚱한 짓이었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불쏘시개 나르는 일도 못하고 바보스런, 미련한

짓으로 하루를 허비하고 말았다. 한심한 노릇,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나머지 한 토막은 포기다.

아내도 그랬다. "당신은 엉뚱한 집착이 문제야!"

라고 하여 할 말이 없고 겸연쩍어 웃기만 했다.

오늘은 우여곡절 끝에 쪼개놓은 장작 몇 조각과

불쏘시개를 다용도 창고로 나르는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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