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지금은 정리하는 시기
2023년 10월 23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아흐렛날
며칠간 영하의 기온으로 시작하던 날이 이어져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오늘 아침은 영상으로
회복되었다. 겨우 빙점을 벗어난 영상 2도이다.
어찌되었거나 영하와 영상은 큰 차이가 있는 것,
얼음도 얼지않았고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 헌데
쌀쌀하긴 매한가지다. 바람이 없어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 낮처럼 날씨가
좋을 모양이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참
보기좋았던 그 모습을 오늘도 보려나?
이제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가을의 흔적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골의 이 시기, 이 무렵은
가을이기는 하지만 거의 겨울에 가깝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분명 간절기가 맞지만
두 계절의 공존이 이어진다. 이렇든 저렇든 점점
더 추운 것이 싫어진다. 인근에 있는 스키장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찾아들게 되겠지? 벌써부터
개장할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요며칠은 일을 하지않고 잘 놀았다.
이제는 슬슬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일들을 찾아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한해 농사의 마무리 단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일에 있어 중요하니까.
호박덩굴을 걷어 밭고랑에 깔아놓았다. 올해는
많은 나눔을 하게 했던 호박이 열렸던 덩굴이다.
그렇게 많이 내어주던 호박덩굴, 된서리 한방에
폭삭 주저앉아 색깔이 변해버렸다. 이젠 또다시
하던 역할을 바꿔서 다른 밭의 거름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예초기를 꺼내 짊어졌다. 여기저기 많이
서있는 마른 꽃대도 자르고 너저분한 잡목들까지
깔끔히 잡아볼 요량으로 짊어졌더니 아내가 보고
"또 무슨 일을 하려고 예초기를 꺼낸거야?"라고
했으나 이미 시동을 걸어놓아 말을 해봐야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손짓으로 일하러 가는데를 가리켰다.
큰밭 절개지쪽의 눈개승마, 곤드레, 참취, 부추 등
마른 꽃대를 자르고 시간이 애매하긴 했지만 기왕
예초기를 짊어졌으니 반대편 축대쪽에 원하지도
않은 잡목들을 모두 다 잡아 정리하기로 맘먹었다.
밭에 그늘도 지고 너저분한 것이 보기도 안좋아서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급한 일이 아니어서 미뤘다.
잡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자라고
있었다면 조경수가 되는 조팝나무가 가장 많았다.
가느다란 녀석들이라서 예초기로 사정없이 베어
바닥에다 깔아놓았다. 언젠가는 썩게 될테니까...
거의 끝나갈 무렵에 다소 굵은 나무들이라 낫을
들고 작업을 했다. 아무리 칼날 장착한 예초기도
굵은 나무를 베는 것은 무리다. 마무리는 낫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 끝이 보이는구나 했는데 나무
사이에 커다란 말벌집을 발견하고 줄행랑을 쳤다.
허나 벌이 날면서 윙윙 소리를 내야하는데 너무
조용해 다가가 슬쩍 건드려봐도 기색이 없었다.
묵은 집이었다. 나뭇가지를 안으로 넣고 지은 집,
아주 견고하다. 살며시 지지대 역할하는 나무를
꺾었다. 약간 손상되긴 했지만 그런대로 온전한
말벌집을 채취했다. 어디 쓸데가 있을까 몰라서...
말벌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뒤늦게 호박덩굴이
그 위를 뻗어갔다. 호박이 열리던 때 호박 딴다고
벌집 근처를 건드렸다면 큰일 날 뻔했다. 말벌집
소동에 일이 늦어져 어둑어둑할 무렵 일을 마쳤다.
어찌되었거나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라서 좋다.
느닷없이 어젯밤 늦게 아들 녀석이 잠시 다녀갔다.
외가의 사촌들 중에 맏이인 아들 녀석이 조카들과
함께 모여 수원에서 식사를 하고 원주에 사는 조카
딸내미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온 것이다. 원주까지
왔다가 잠시지만 어미, 아비를 보고가겠다고 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 갸륵하고 고맙다. 형제가 없어
사촌 동생들을 챙기는 그 마음 또한 지금껏 의좋게
지내고 있는 우리의 뒤를 잇는 것 같아 흐뭇하면서
뿌듯하기도 하다. 지엄마가 타 준 커피우유 한잔을
마시고 가면서 밤이 늦었지만 이모, 이모부도 보고
간다며 둘째네 집에 들렸다가 가는 녀석이 대견해
보여 기분이 좋았다. 자정이 넘어 수원집에 도착을
했다는 카톡문자가 왔다. 밤이 늦어서 전화보다는
카톡문자를 남기겠다고 가면서 말하더니... 늦은밤
아들을 배웅하고 우리는 자동차 불빛이 안보일 때
까지 마냥 서있었다. 자고가면 좋으련만 일이 있어
가야한다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잘 되었던 사진 파일 올리기가
며칠전부터 안되네. 사이트 용량 문제인가?
우리집 인터넷은 이상이 없고
다른 사이트를 비롯한 SNS는 사진이
잘 올라가는데... 설마 내 스마트폰이
이상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방장님
찾는 것도 그래서 글만 올립니다. 사진은
상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