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속도 상하고 몸도 힘들었지만...
2023년 9월 25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열하룻날
예보에도 없던 비가
느닷없이 내리는 산골의 아침,
무슨 가을비가 이렇게 자주 내릴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날씨변화다.
제법 서늘하기는 하지만
기온은 어제보다 훨씬 높은 12도,
어제 했던 일은 참 잘했구나 싶다.
비가 오기전에 다 해치웠으니...
어제 이른 아침,
뿌리혹병에 걸린 배추를 솎아냈다.
너무 속이 상하고 쓰라릴 지경이었다.
농부의 마음은 다 이런 것이겠지 싶다.
아침나절에는
조카 딸내미를 데리고 이서방과 함께
뒷산 잣나무숲에서 잣송이를 주워왔다.
녀석이 어찌나 좋아라 하는지 모른다.
오전에는 전날 시작한 일을 재개했다.
뚱딴지(돼지감자)가 더덕, 두릅밭을
점령하고 있어 낫으로 몽땅 베어냈다.
마치 삼베나 모시나무를 베는 듯했다.
오후엔 잡목과 잡초가 무성한 나머지를
예초기 짊어지고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경사가 진 언덕배기라서 그렇고 너무나
많은 덩굴 잡초 때문에 무진 애를 먹었다.
작업을 해놓고 보니 깔끔하고 말끔하긴
하지만 농부로서 한심스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를 했으니 더덕도,
두릅나무도 제대로 자라기나 했을까?
이래저래 농부로서 자존심이 꽤 상한다.
배추도 제대로 못길러 속이 많이 상하고
더덕과 두릅도 그냥 방치를 하여 이 모양
이 꼴을 만들어 놓았으니 자격미달이다.
허나 속도 많이 상하고 몸도 힘들었지만
조카 딸내미 때문에 기분전환이 되었다.
딸내미 기르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추석에 만나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저녁에는 느닷없는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살다보니 이런 기쁜 일도 생기는 구나 싶다.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라서 밝히긴 그렇다.
어찌되었거나 힘들었지만 기분좋은 하루...
바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말,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