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뭔가 할 수 있음이라서 좋다!
2023년 9월 22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여드렛날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 꽤나 차갑게 느껴진다.
기온이 영상 11도까지 뚝 떨어져서 그런가?
안개비가 내린 것인지 이슬이 내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뭇잎에 맺혔던 물방울이 마치
비가 내리듯 뚝뚝 땅바닥에 떨어진다. 아마도
꽤나 심한 일교차 때문에 이슬이 많이 내려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긴 내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이후로는 점점 밤이 길어진다고는
24절기상 중 열여섯 번째 추분(秋分)이라서
그럴 시기도 된 것 같다. 옛날 속담에서 말하길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고 했다. 속담의 뜻을 풀이하면 '추분이 지나면
여름날에 잦았던 천둥소리도 없어지고 날씨가
점점 차가워 벌레들도 월동할 곳으로 숨는다'
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가을이 깊어져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어찌되었거나 촌부의 마음도
점점 바빠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어제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빠르게 훌쩍
지나가버렸다. 해가 짧아서 그런 것은 아닐테고
그렇다고 촌부가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닌데...
이른 아침 아내를 도와 숙성된 붉은고추를 닦아
건조기에 넣는 것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이제는
아침마다 호박밭을 뒤적거리는 재미도 끝무렵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점점
빈약해지고 자꾸만 가벼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하루에 서너 개씩은 수확을 하여
우리도 먹고 나눔도 이어가고 있으니 뿌듯하다.
아내가 외출을 하고 집에 혼자있는 두세 시간은
하고싶은 일을 맘껏 하게 된다. 제발 일을 적당히
하라며 끓어붓는 아내의 잔소리가 없으니 좋다.
그 잔소리는 촌부를 걱정하여 하는 말이라는 걸
내 어찌 모르겠는가? 그래서 혼자 집에 있을때
후다닥 해치우곤 한다. 어제도 그랬었다. 아내가
없을때 앞마당 정리작업을 하느라 혼자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이라 하는 것보다 취미활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전날에 이어 어젠 앞마당 땅을 파고 흙을 뒤집어
독일붓꽃을 캐내 미리 준비해놓은 곳에 옮겼다.
몇 해 전 앞마당에 길게 늘어뜨려 심었던 것인데
한곳에 모아서 심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풍성한
느낌이 들것이고 꽃이 피면 아주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 다음은 마당 곳곳에 씨앗이 떨어져서
새싹이 돋아나 제법 자란 야생화 '금꿩의 다리'를
하나하나 모종삽으로 캐내 한곳에 심어 군락이
되게 해보았다. 앞마당의 흙을 파고 뒤집다보니
제법 큼지막한 더덕도 나왔지만 그냥 묻어뒀다.
이 일은 별것 아닌 하찮은 것인데 명명을 한 것이
'앞마당 정리 프로젝트' 라는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며 아내가 비웃는다. 그런든지 말든지
제목이 중요하지는 않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음이 재미있고 뭔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여 즐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