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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비오는 날의 날궂이


2023년 9월 21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이렛날


이른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어제는 마치 장맛비와 같은 가을비가

늦은 밤까지도 꽤나 거세게 내렸다.

아마도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진 듯하다.

바람도 제법 거세게 불어 한 몫을 하는갑다.

하긴 이제는 9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고

음력 팔월 초이렛날이라 추석이 다가오니까

차츰 찬공기, 찬바람이 날 때도 되기는 됐다.

그래도 비내린 뒷날의 아침은 참 곱다!


어제는 엉뚱한 짓으로 하루를 메웠다.

비오는 날은 하늘이 허락한 농부의 휴일이다.

솔직히 이런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하고

푹 쉬면서 재충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렇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고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비오는 날에 엉뚱한 짓을 했을까?


아내가 외출하고 혼자 집에 있자니 심심하여

책을 펼쳤지만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서 이내

접었다. 음악을 들을까 싶었지만 이또한 귀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뚜벅뚜벅 창가에 다가가

비내리는 앞마당을 내다보며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이 떠올랐다.

비오는 날에 꽃나무를 옮겨 심으면 되겠구나!

어차피 옮겨심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 제격이고 제때인 것 같으니까

즉시 실행에 돌입을 하는 것으로 해보자 했다.

아내가 집에 없으니 가능한 생각이고 가능한

일이다. 집에 있었으면 얼토당토 말도 안된다.


천렵을 한다며 청바지클럽에서 단체로 구입한

가슴장화를 꺼내 착용하고 우의도 챙겨 입었다.

비오는 날, 농부가 밭에 일하러 나가는 바로 그

복장인데 밭이 아니고 앞마당에 나가 도라지삽,

손괭이를 챙겨 현관옆 삼지구엽초를 몽땅 캤다.

그리고는 장독대 뒷쪽 미리 준비해놓은 곳으로

옮겨 심었다. 앞마당 정리 프로젝트의 세 번째

일을 한 것이다. 첫 번째는 허브 타임을 옮겼고,

두 번째는 할미꽃을 그 옆에 옮겼다. 그 다음은

독일붓꽃을 옮겨심고 원추리를 한 곳으로 모을

생각이다. 현관옆에 남은 삼지구엽초는 형수님

부탁이 있어 바우골 처남댁에 캐다 드릴까 싶다.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하여간 못말린다. 비오는 날, 날궂이를

제대로 했구만!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엉뚱하고 날궂이가

맞는 것 같아서 "가슴장화에 우의를 입어 엄청

더워 땀을 뻘뻘 흘렸는데 무슨 감기가 걸리노?"

라며 얼렁뚱땅 말을 얼버무렸다. 아내는 웃었다.

"이래저래 주변이 훤해서 좋긴 하네. 수고했소!"

라며 마지못해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집주변, 축대쪽은 야생초와 잡목들이 너무

우거져 아내가 무척 싫어했다. 개미를 비롯하여

온갖 벌레들이 많이 끼고 심지어 뱀까지 출몰할

염려가 많다는 이유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 정리와 정비를 하려고

시작한 일이다. 앞쪽은 확 트이게 가능한 키작은

것으로 심고 키가 큰 야생초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현관옆에는 화초가 자라도 흙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을 심으려고 한다. 그동안에는

촌부가 하고싶은 대로 해봤으니 이제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볼 생각이다. 마음에 들란가는

모르겠지만...Picsart_23-09-21_08-23-26-664.jpgPicsart_23-09-21_08-19-28-447.jpgPicsart_23-09-21_08-18-54-150.jpgPicsart_23-09-21_08-17-54-077.jpgPicsart_23-09-21_08-17-07-8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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