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모처럼의 가족모임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나흗날
어제 저녁무렵,
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지난 닷새 동안은 거의 매일 비가 오락가락,
마치 장마철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추적거렸다.
이런 비를 두고 가을장마라고 하는 것이겠지?
설마 오늘도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닐테지?
어제는 아내와 함께 용인에 다녀왔다.
모레가 4년전 홀연히 우리들의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버린 처남의 4주기 기일이라
휴일에 가족들이 모여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정이 있어 빠진 식구들이 있어 아쉽긴 하고...
연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햇볕이 내려쫴 오히려 더위를 느낄만큼 좋았다.
엄마와 처남이 잠들어 있는 용인의 로뎀파크로
가는 내내 연신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라고
아내가 걱정을 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른 식구들도 슬픈 마음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맏이면서 아우들과의 정이 두터운 아내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남 생각에 눈물 짓는다.
제발 가슴에 품고 있지말고 이제 그만 보내주라
해도 아내는 그게 그렇게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아내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촌부도 마찬가지다.
4년전 그해 우리부부는 아우를 하니씩 잃었다.
봄에는 촌부의 여동생을, 가을에는 아내의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인 처남을 저멀리 보내야 했다.
그 슬픔을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 어느 정도는
천수(天壽)를 다하시고 가셨다고 할 수 있지만
두 아우는 아직 창창한 나이 50대에 가버렸으니
두고두고 안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서 그런지
말처럼 그렇게 놓아주는 것이 쉽진 않은 것이다.
수목장 산소에 일찍 도착한 우리는 산소 주변의
잡초를 뽑아주었다. 아내는 손바닥만한 비석을
어루만지며 닦아주었고 쪼그리고 앉아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4년전에 먼저간 처남과 지난해
작고하신 엄마를 그리는 아내의 슬픈 모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찍 남편을 보내고 두 아들을
잘 키워놓은 처남댁 모습도 슬프기는 매 한가지,
얼마나 힘드셨고 힘드실까? 그래도 늘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시누이들에게 참 잘하는
처남댁이다. 처남 대신 두 아들이 버팀목일게다.
조카들은 지들 부모를 닮아 참으로 심성이 곱다.
큰조카는 나름 매사에 빈틈없이 잘하고 있으며,
대학원생인 작은조카는 영재수준의 공학도이다.
오는 연말 국비장학생으로 캐나다 유학을 떠난다.
처남이 있었으면 너무 좋아하며 자랑했을 텐데...
우리네 삶은 그 누구나 다 그렇듯이
산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인 것이라는 말이 맞다.
엄마와 처남을 생각하는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식구들과 함께 한정식집에서 즐겁게 식사를 했다.
슬픔을 딛고 산 사람은 또 이렇게 살아야 하니까.
오랜만에 만난 가족인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처남네로 자리를 옮겨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카 딸내미의 애교, 재치발랄한 큰조카 너스레,
차분하며 듬직한 작은조카의 조리있는 말솜씨,
이제 녀석들이 집안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어 너무나 흐뭇하고 보기가 좋았다.
모처럼의 만남에 추석명절이 가까워지는 시기,
우린 줄 것이 마땅찮아 호박, 배추, 대추 조금과
아들 녀석이 보내온 식용유를 나눠줬다. 영주의
막내네는 맛좋은 사과를 가져왔으며, 처남댁과
조카들은 김 선물세트를 한 박스씩 나눠주었다.
조카 딸내미도 추석선물을 보내겠다며 웃었다.
웃고 떠들고 즐기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또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