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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또 일을 만드는구만!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하룻날


어제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주춤하는가 싶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또 비가 추적거리며 내린다.

엊그제 내린 것 만으로도 흡족하고 충분하여

이제는 그만 와도 괜찮은데, 촌부의 바람일뿐...

예보에는 내일과 모레, 일요일까지 내린다네.

가을장마인가? 

가을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 라던데...

하늘의 뜻이라 거역할 방도가 없음이라서

그저 그러려니 하며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도 호박을 나눔으로 해결했다.

인근 리조트에 함께 일하던 분들께 갖다드렸다.

대부분 인근 도시 원주와 강릉에 사는 분들이라

모두들 너무 반가워하며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별것 아닌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마음 뿌듯하고 흐뭇해 나눔은 정이구나 싶었다.

오후에는 멀리 용인에 사는 예전 광고회사에서

함께했던 후배에게 이것저것 조금 챙겨 택배로

보내주었다. 보잘것없는 채소이긴 해도 촌부의

마음을 보낸 것이라 따스함이 전해졌으면 싶다.


요즘은 여름꽃과 가을꽃이 함께 뒤섞여 핀다.

저만치 밭가 절개지에 곤드레꽃과 물봉선꽃이

눈에 띄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었다.

이놈의 촌부는 시도때도없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 스마드폰 용량이 모자라기도

하여 수시로 비우곤 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이 풍경이 되고, 풍경이 글이 되는' 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일기형식의 글을 쓰다보니 온갖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글과 함께 보관을 한다.

이 버릇, 이 습관은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앞뜨락과 축대의 너저분한 꽃대와 잡목을 모두

정리하면서 생각한 것이 곧바로 일로 이어졌다.

꽃이 좋고 야생화가 좋아 온통 풀밭이었던 것을

새롭게, 단촐하게, 깔끔하게, 시원하게, 확 트인

모습으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살다보면 하고싶은 게 많아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는 생각이다.


우선 베어낸 잡목의 그루터기부터 캐내야 될 것

같아 도구를 챙겼다. 처음엔 삽과 도라지삽으로

시작했는데 어찌나 땅속으로 깊이 뿌리가 박혀

있는지 엄두가 안나면서 힘이 들었고 땀만 뻘뻘

흘렸다. 그러다보니 점점 도구가 늘어났고 온갖

도구를 다 동원했다. 도끼, 해머, 괭이, 손괭이,

갈고리에 톱까지... 손쉽게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시작부터 곤욕을 치르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또 일을 만드는구만!"

이라고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아랑곳하지도 않고

나무그루터기 캐는 작업을 마쳤다. 아마도 두세

시간은 땀을 흘린 것 같다. 다 캐놓은 것을 보니

별것도 아닌데... 이젠 촌부도 늙었나 싶다.


장애물인 나무그루터기를 캐냈으니 다음 과정은

차근차근 흙을 파고 너저분한 풀뿌리를 정리하고

무엇을 어떻게 심을까, 어떤 것을 옮겨심어 볼까?

입구의 비비추를 모두 캐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비비추는 워낙 번식력이 강해 심어놓고 몇 해만

지나면 온통 주변을 잠식하고 점령을 해버린다.

주목나무와 야외등 주변의 비비추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허브 타임(Thyme)을 옮겨와 둥글게

배치하여 심어놓았다. 잔디처럼 땅바닥을 가리는

키가 작은 화초라서 옮겨심은 것이다. 그 옆에는

할미꽃을 옮겨볼 생각으로 블루베리밭 가운데에

있던 커다랗게 한 무더기로 있던 것을 옮겨왔다.


또 아내가 "힘들지 않아? 왜 사서 개고생을 해?"

라고 하며 "그만하고 고구마순이나 좀 따오셔!"

라고 했다. "알겄슴다, 마님! 이제 그만할라요."

라고 대꾸를 하고나서 곧장 고구마밭으로 가서

고구마순을 꺾었다. 고구마순이나 따먹자며 올해

처음 심어본 것인데 엄청 순이 튼실하게 잘 자라

벌써 몇 번째로 고구마순을 따서 먹는지 모른다.

우리 두 집이 실컷 해먹은 것은 물론이고 이 또한

나눔도 꽤나 많이 했다. 따온 고구마순을 둘째네

나눠주고 아내와 함께 껍질을 다 벗겼다. 밭에서

바로 따와 데쳐 볶은 고구마순은 너무나 싱싱하고

오동통한 것이 식감은 물론이고 맛도 그만이다.

뿌리인 고구마가 어떻게 들었던 간에 고구마순이

목적이었는지라 상관이 없다. 그런데 궁금하기는

하다. 고구마도 잘 들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일 텐데... 욕심을 내는 촌부, 농부의 마음이겠지?Picsart_23-09-15_04-25-22-751.jpgPicsart_23-09-15_04-17-11-360.jpgPicsart_23-09-15_04-11-03-111.jpgPicsart_23-09-15_04-08-10-630.jpgPicsart_23-09-15_04-06-41-5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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