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서울 나들이 그리고 또 일, 일을...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스무이렛날
얼마전까지만 해도 5시면 훤한 아침이었다.
같은 시간이라도 이젠 훤하기는 커녕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하절기와 동절기의 사이라서
5시는 새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야외등을 켜고 스마트폰 후레쉬로 목공실앞에
걸어둔 온도계를 살폈더니 기온은 12도이다.
오늘도 여전히 일교차가 엄청 심할 모양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고 왔다.
이종사촌 아우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온 것이다.
고속도로도 그렇고 복잡한 서울시내를 운전하는
것이 힘들어서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게 훨씬 편하고 좋긴 하다. 다만 불편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시외버스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시간 맞추는 게 어렵다. 어제도 그랬다. 11시반
예식인데 첫차를 타고갔더니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언젠가 후배가 보내준 모바일 쿠폰으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맞춰보려고 그 커피숍을
검색했다. 예식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걷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은 오전부터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더위를 무릅쓰고
찾아갔는데 그 쿠폰은 이미 사용이 된 것이란다.
쿠폰을 받은 후 사용기간이 내년 2월까지라서
스마트폰에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으나 어쩌겠는가?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
들이키고 돌아섰다. 그 유명한 Star몬지 별다방
인지는 다신 갈 일 없다고 다짐했다. 젠장이다.
경사스런 좋은 날이라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결혼식이 있는 예식홀로 아내와 함께 또 걸어서
갔다. 아내에게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예식홀은 바깥에서 봐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구닥다리 촌부가 생각하는 그런 예식을
하는 곳이 아니다. 고급호텔 연회장을 연상하게
하는 느낌이랄까? 결혼식장은 원래 화려하기는
하다지만 모든 것이 최근 결혼식에서 본 것과는
너무나 다르고 특별해 보이고 너무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어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 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색적으로 진행된 예식이
끝나고 코스요리로 식사가 나오는데 또 한번 더
놀랐다. 이건 별 몇 개짜리 고급 호텔급의 식사,
모처럼 아니 생전 처음인 결혼식 피로연이었다.
그렇게 산골 부부는 눈과 입으로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과연 결혼식을 이렇게 호화롭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43년 전의
우리 결혼식과 비교를 하니 격세지감을 느꼈다.
주말이라 미리 예매를 해놓은 버스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와서 산골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짧은
서울 나들이를 하고 왔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잠시 쉬었다가 촌부는 촌부
답게 일을 해야지 싶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서니 아내가 그냥 좀 쉬지 또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성화였다.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
장작집 윗쪽 둘째네 축대의 잡초와 잡목을 잡을
생각이었다. 우리집 축대는 정리했는데 둘째네
축대만 너저분하면 되겠는가? 잡목과 잡초가
자라 장작집 뒷쪽을 뒤덮고 있어 햇볕과 공기가
들어가지 못해 눅눅해 장작에 곰팡이 생길 것이
분명하여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사정없이 모두 다 베어냈다. 속이 다 후련하다.
해질녘에는 밭에 나가 가을채소에게 물을 듬뿍
주었다. 지금은 이미 호스를 거둬놓아 물조리로
시냇물을 퍼다가 준다. 그러다보니 양손에 들고
몇 번을 왔다갔다를 반복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한낮은 폭염 수준이라서 해가 진 저녁무렵이나
이른 아침에 이따금씩 물을 주어야 한다. 올해는
정성을 들여 배추, 무우, 청갓, 쪽파를 잘 길러볼
야심찬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몇 해
배추농사를 제대로 짓지못하고 망쳐서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 상태로만 잘 자라준다면 괜찮을 것
같다. 허나 농사는 날씨변화가 관건이라 속단을
못해 나름 최선을 다하는 것 외 다른 도리가 없다.
물을 흠뻑 머금은 녀석들 모습이 마치 목 마를때
갈증 해소가 된 듯한 그 느낌처럼 싱글벙글 하는
것 같아 보는 촌부의 마음도 흡족하고 흐뭇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