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족간의 情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유월 스무이렛날
잔뜩 흐린 이른 아침,
밭에 나갔더니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어찌나 뿌듯하고 흐뭇한지 한참 바라보았다.
머잖아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아내의 미소짓는 모습이 떠올랐다.
호박잎을 뒤적거려 호박을 따고, 가지도 따고,
노각도 하나 따고, 끝물 오이도 몇 개 건지고,
한창인 흑찰토마토와 방울토마토도 잔뜩 땄다.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묵직해 기분좋은 아침...
어제는 아침나절과 늦은 오후에 명이나물밭의
무성한 잡초 사냥을 했다. 사나흘간 내린 비에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이놈의 잡초들 뿐이다.
카페에 온 마을 형님과 아우가 잡초뽑는 것을
보고는 "제초제를 확 치면 될 걸 쪼그리고 앉아
개고생을 하고 있어?"라고 하며 껄껄 웃었다.
가끔은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23년 세월동안
꿋꿋하게 지켜온 고집이라 이내 마음을 잡았다.
이따끔씩 느끼는 것이지만 촌부와 아내는 정말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많은
복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정을 듬뿍
받는 게 으뜸이겠지 싶다. 오나가나 우리 부부는
맏이라서 그렇겠지?
하나뿐인 자식 아들 녀석은 이따금씩 다녀가긴
하지만 객지에서 혼자 살다보니 늘 궁금하면서
걱정스럽다. 다행인 것은 매주 토요일 저녁무렵
정기적으로 안부전화를 한다. 한주일도 거르는
적이 없다.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마무리를
하는 대화이지만 자식이 부모를 챙기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라 너무
보람되고 뿌듯하고 흐뭇하여 참 좋은 시간이다.
나름의 생각으로 자식농사는 잘 지었구나 싶다.
단지에 함께사는 둘째네는 우리에게 참 잘한다.
어제는 목공예가인 이서방이 현관에 방충망을
설치해주었다. 아주 꼼꼼하게 잘 설치를 하여
시원한 여름을 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형님과 처형이 나이가 들수록 편안하게
지내야 한다면서 챙겨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처제도 마찬가지다. 언니와 형부가 고생하면서
농사를 지은 농산물을 푸짐하게 주어 늘 밥상이
푸짐하여 좋다며 자주 맛있는 것을 해주곤 한다.
언니와 형부를 챙기는 그 마음 또한 고맙다.
멀리 떨어져 사는 아우들 또한 우리에게 잘한다.
영주에서 사과농원하는 막내네는 일년 365일
먹을 수 있게 사과를 보내온다.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과가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우리처럼 매일 사과를 먹는 것은 결코
흔하지는 않으리라 여겨진다. 그뿐인가? 우리
세 집에 하나뿐인 딸자식, 조카 딸내미는 정말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식이다. 귀엽고 예쁘기도
하지만 애교만점에 살갑게 대하는 녀석을 보면
밥을 안먹어도 배부르다면 믿을까 모르겠다.
또 있다. 서울에서 이름난 음식점을 운영하는
막둥이 여동생 부부는 정말로 우리에게 잘한다.
부모님 맏잡이라며 이것저것은 물론 이따금씩
용돈까지 챙겨주는 그 고운 마음이 너무 고맙다.
다른 아우들도 제각기 문제없이 잘 살고 있으며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안부를 전해오니까
이또한 고마운 것이다.
사는 것이 뭐 별것 있겠는가?
가족간에 정을 듬뿍 나누며 의좋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가는 맛, 행복이 아닐까 싶다.
고로 우리 부부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