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사가 참 어렵고 정말 힘들다!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오월 초닷샛날
비는 그쳤다.
오후에 또 비소식이 있긴 하지만...
농사를 짓는 촌부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내린 비는 그야말로 단비였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35mm가 내렸단다.
비는 내리고 딱히 할 일이 없던 어제,
뒷켠에 제멋대로 뒤죽박죽 자라는
낮달맞이꽃을 앞마당 장독옆으로 옮겼다.
자그마한 넓이의 꽃밭이 생긴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는 것 보다는
언제나 볼 수가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아서
몇 그루만 남겨놓고 모두 옮겨심은 것이다.
어제 드디어 오이 첫 수확을 했다.
수확이래야 겨우 여섯 개이지만
파는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하는 농사라서
이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흐뭇하고 뿌듯하다.
손수 길러서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상추밭에서 상추도 뜯고 들깻잎도 뜯었다.
저녁밥상이 푸성귀로 풍성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제 저녁무렵에도 의아해 했는데
오늘 이른 아침 고추밭에 나가보니
아무래도 고추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맨 끝쪽 고추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빗물을 머금어 그러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닌 느낌이 들어 마음이 많이 심란하다.
엊그제 마을 아우가 올라와서 돌아보면서
고추에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더니
정말로 무슨 역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인데 고추마저 이러니
무거운 마음으로 촌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농사가 참 어렵고 정말로 힘들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며 가꾸고 길렀는데...
농사는 하늘 뜻인가?
아니면 땅의 뜻인가?
내 뜻, 내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새삼 절실히 느끼는 오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