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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침이 바빠지네!


2023년 6월 3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열닷새 보름날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고

기온이 영상 11도로 시작했으나

햇살이 나오자마자 이내 따까워진다.

6월의 더위가 기승을 부릴 모양이다.


이제 농부의 아침은 바쁘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일을 해야한다.

모종을 심은지 보름이 지났으니까

거름을 넣어줘야겠다 싶어 준비했다.

늘 그랬듯이 아내와 호흡을 맞추는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시작했는데

이서방이 돕겠다는 나서는 바람에

올해는 아내가 아주 편하게 생겼다.

이젠 동서와 환상의 복식조를 이뤘다.


불두화, 백당나무꽃도 이젠 끝물이고

독일붓꽃과 붓꽃이 계절을 장식한다.

화려한 외래종보다 우리 토종 붓꽃이

단아하고 깔끔하여 더 오묘한 듯하다.

그냥 예쁘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끝없는 잡초와의 다툼이 이어지지만

어제 곤달비를 비롯한 산나물이 자라는

나물밭 잡초 제거작업으로 일단락 되었다.

얼마나 잡초가 무성한지 상상초월이었다.

그동안 산나물을 기른 것이 아니었다.

온갖 잡초를 기르느라 괜시리 고생만 했다.

잡초를 캐내고 난 밭이 훵해 망연자실이다.

어찌되었거나 이제는 신경을 좀 써야겠다.


가지가 불쑥불쑥 제멋대로 자란 산철쭉을

전지하여 가지런하고 예쁘게 기르고 싶어

전지가위를 들이대는 순간, 멈춰야만 했다.

함부로 자르면 안되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뒤늦게 핀 한 송이 꽃이 쳐다보는 것 같고

더덕덩굴이 가지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녀석들 자를 용기가

나지않아 전지가위를 거두고 포기를 했다.


오후 그늘진 마당 야외탁자의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데 느닷없이 데크 처마에 매달린

풍경(風磬)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요란하게

소리를 내고, 아주 높다란 자작나무 가지가

부러질듯 휘영청거렸다. 돌풍이 분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뒤덮었다.

날씨예보에 소나기 소식이 있었는데 한바탕

쏟아질 듯한 분위기라서 잔뜩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결국 소나기는 내리지 않고 지나갔다.

인근 장평에 나갔더니 제법 퍼부었다고 했다.


젠장, 

그 바람에 결국 저녁무렵 두어 시간동안

밭에 물주기를 하느라 애를 써야만 했다.

농부는 하늘의 뜻에 따라 순응해야만 하고 

하늘의 처분에 따라 얼굴 모습이 달라진다.

미소와 웃음을 짓기도 하고 어제처럼 속상해

원망하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밭에 물주기를 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농작물들이 싱싱해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지어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아마도 오늘 한번 더 물주기를 해야할 것 같다.Picsart_23-06-03_06-18-25-281.jpgPicsart_23-06-03_06-16-40-999.jpgPicsart_23-06-03_06-16-09-244.jpgPicsart_23-06-03_06-15-41-820.jpgPicsart_23-06-03_06-15-11-982.jpgPicsart_23-06-03_06-14-27-0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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