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린 모종으로 밭을 모두 채웠는데...
2023년 5월 23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나흗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깥을 내다보고 기겁을 했다.
지붕 위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는 것이
보여 놀랐다. 부랴부랴 나가 온도계를 보았더니
영상 2도까지 뚝 떨어진 기온에 다시한번 놀라
황급히 밭으로 내달렸다. 혹시나 어린 모종들이
냉해를 입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물방울만 맺혀있고 얼지는 않은
것 같다. 찬서리이긴 하지만 된서리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제서야 한시름 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농사가 참 어렵다.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든 이 시기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빙점에 가까운 기온으로 떨어지는 이곳의
산골은 변화무쌍한 날씨의 심술에 더욱 더 그렇다.
지난 23년 세월동안 거의 5월 보름경이면 서리가
그쳤고 이른 아침 기온도 두 자릿수로 올라갔었다.
올해도 그러려니 하고 지난 주말에 이어 어제까지
모든 모종을 세 군데 밭에 모두 다 심었다. 그런데
농사는 농부의 생각과 의지, 열정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하늘의 보살핌, 땅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아침이다.
이제 드디어 밭을 한가득 채웠다.
지난 늦가을 추수를 한 이후 텅빈 상태로 숨고르기
로 모종들 품어안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큰밭에는 텃밭농사의 주종목인 고추 550여주를
심었고 옥수수와 대파는 모종 수량을 대폭 늘려서
옥수수는 120주, 대파는 350주를 심었다. 아내는
물론 산골가족들이 옥수수를 좋아하여 많이 심고
대파는 이미 간격을 널찍하게 1판 심었는데 촌부의
산골살이 으뜸 멘토이신 어르신이 또 1판을 주셔서
사이사이에 추가로 더 심었다. 너무 고마운 어르신,
요즘에는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셔서 마음이 짠했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로 모종심기는 모두 끝냈다.
첫 번째 작은밭에는 노각과 조금 모자랐던 오이를
추가 구입하여 밭을 채웠다. 두 번째 작은밭에는
올해 처음 고구마 모종을 1단(100개)을 심어봤다.
이또한 아내가 고구마순을 좋아하여 결정을 했다.
사실 그동안 고구마, 감자, 옥수수는 멧돼지 때문에
심지 않았다. 밭가에 그물망을 쳐놓은 다음부터는
멧돼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의 침범이 없는 것
같아 고구마도 심어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 생각은
고구마 보다는 고구마순을 수확하기 위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순은 물론 고구마까지 다
거두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남의 밭에서 사정하여
고구마순을 얻어올 필요없으니까 더 좋다는 아내는
혼자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 모종 100개를 심었다.
고구마순을 수확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힘든 줄도
몰랐단다. 이제 모종은 다 심었으니 잠시 숨고르기
한 다음에 농사 부자재를 준비하여 뒷작업도 슬슬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