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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꽃밭을 만들어 보려네!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이튿날


이른 아침 밖으로 나갔다.

아주 가는 이슬비가 부슬거리고 있었다.

땅바닥이 촉촉하게 젖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간밤에 비가 조금 뿌린 듯했다. 느낌이 좋았다.

먼산에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침에 즐기는 남다른 호사라고 해야겠지 싶다.


오늘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 소만(小滿)

이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다는 뜻이란다.

절기에 걸맞게 아침 기온도 어제와 비슷하다. 

영상 13도, 이제 이런 날씨가 쭈욱 이어지겠지?

우리의 텃밭농사도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으니...


우의를 챙길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부슬거렸다.

터벅터벅 걸어서 밭으로 나갔다. 이제 아침이면

반사적으로 발걸음은 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녀석들이

자리하고 있어 밭에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별이나 차별없이, 또 아낌없이 따뜻한 눈길을

전한다. 듣거나 말거나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라는 인사도 전한다. 아마 녀석들도 알아차리고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촌부 생각일 뿐일까?


어제는 날씨가 좋았지만 바람이 제법 불었다.

데크 처마에 매달린 풍경(風磬)이 쉼없이 연신

울어댔다. 나뭇잎이 서로 부딪혀 사그락거리는

소리는 여기가 산골임을 실감하게 했다. 풍경이

뎅그랑거리는 소리도, 나뭇잎이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음이라서 너무나 좋았다.

앞마당 나무 그늘 아래 야외탁자에 앉아 아무런

생각없이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모습을

눈에 담는 이런 시간이 내겐 소중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유유자적(悠悠自適)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촌음(寸陰)을 아껴써야 하는

이 바쁜 시기에 소중한 일사이기는 하지만 마냥

멍따리기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싶어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딱히 생각이 안난다.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모터울 주변의

삼각주에 무성한 풀들이 우거져서 볼상사나웠다.

그래, 잡초를 캐내고 꽃을 심어봐야겠구나 했다.

23년 묵은 잡초 뿌리는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서

마치 삼베옷을 짜놓은 듯했다. 손바닥만한 곳을

반나절이나 허비하며 모두 정리하고 메리골드

모종을 드문드문 심어놓았다. 다 자라면 한가득

풍성한 꽃밭이 될 것이다. 쓸모가 없는 땅은 없다.

이 얼마나 깔끔하고 좋은가? 꽃이 피면 더 보기

좋은 꽃밭으로 변모할 것이다. 기대가 된다.


꽃밭 만들기를 시작한 김에 우리 단지에 들어오는

초입, 첫 번째로 보이는 펜션 '버드나무집' 앞쪽의

자그마한 여백에도 꽃밭을 만들어 보면 보기좋을

것 같았다. 여기도 무성한 잡초를 모조리 뽑아내고

흙을 다듬어 들어가는 왼쪽은 봉숭아 모종을 심고

시냇가쪽 오른쪽엔 메리골드 모종을 심어놓았다.

자랑삼아 아내에게 꽃밭을 만들었으니 가보라고

했더니 한참을 살펴보더니 아내가 한 말씀했다.

"꽃모종을 지그재그로 심어놔야야지 무슨, 군인들

사열하듯이 일렬 횡대로 가지런히 심어놓았냐?"

나름 생각을 하여 앞줄과 가운데, 뒷줄이 다르게,

겹치지 않게 심었는데 칭찬은 커녕 한 소리 들었다.

"젠장! 해놓고 핀잔을 받은 느낌이네 그려~"

그래도 핀잔 준 것이 좀 겸연쩍었는지 한 마디 더,

"날도 더운데 꽃밭 만드느라 고생했어! 예쁘다!"

라면서 웃는 아내 모습에 잠시 토라졌던 그 기분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Picsart_23-05-21_09-19-48-952.jpgPicsart_23-05-21_09-17-16-660.jpgPicsart_23-05-21_09-15-24-316.jpgPicsart_23-05-21_09-12-15-612.jpgPicsart_23-05-21_09-03-33-91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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